[유영만의 體認知] <16>세상을 비춰보는 세 가지 거울-삼매경(三魅鏡)(2)

지난 번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망원경, 현미경, 만화경으로 대변되는 3가지 `삼매경(三魅鏡)`에 이어 오늘은 투시경(透視鏡), 잠망경(潛望鏡), 쌍안경(雙眼鏡)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투시경은 혼돈의 세계를 꿰뚫어보는 거울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혼돈스러울수록 변화를 일으키는 구조적인 힘과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본질의 외양이 시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사물의 본질을 보는 방법은 투시경으로 꿰뚫어 보는 것이다. 뚫어질 때까지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물이 뚫어질 때까지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고들면 주마간산 방식으로 거들떠볼 때 보이지 않은 사물의 이면과 본질이 모습을 드러낸다. 투시경은 혼돈의 장막을 걷어내고 무질서한 이면의 보이지 않는 힘을 꿰뚫어보는 거울이다. 꿰뚫어보는 사람만이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고 본질을 포착하는 사람만이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두 번째 거울은 바닥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는 잠망경이다. 잠망경은 잠수함이나 탱크에서 사용하는 반사식 망원경으로, 물속이나 탱크 안에서 수평선 위나 지상, 상공을 내다볼 수 있게 한 장치다. 흐릿한 물속에서 물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바로 잠망경이다. 비록 지금은 수면 아래에서 잠수하고 있지만 언젠가 수면 위로 부각될 그날을 고대하면서 바닥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는 거울이다. 내려가야 올라갈 수 있고, 자세를 낮춰야 자신을 높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해주는 거울, 잠망경이다.

세 번째 거울은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쌍안경이다. 좌뇌와 우뇌, 왼손과 오른손이 균형을 이루듯이 왼쪽 눈과 오른쪽 눈도 좌우 균형감각을 갖고 겹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도 좌우 날개로 균형을 맞춰 날아가듯 사람도 좌우 겹눈의 쌍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편견은 주로 한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생긴다. 지난 호에 설명한 망원경, 현미경, 만화경과 오늘 설명한 투시경, 잠망경, 쌍안경보다 더 소중한 안경이 있다. 바로 나를 들여다보는 내시경(內視鏡)이다. 답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모든 거울의 거울이 바로 내시경이다. 참 나를 발견하기 위한 비장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