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의 쓸쓸한 퇴장

개방과 공유를 표방하는 웹2.0 대표 서비스로 꼽혔던 `오픈아이디`가 국내서 쓸쓸히 퇴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안철수연구소·엔씨소프트 등 국내기업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하나의 아이디로 각 인터넷사이트를 접속할 수 있는 `오픈아이디`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이는 이들 국내기업과 구글·야후를 포함한 글로벌기업이 개방적 웹 환경 구축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사용자 외면과 기업 이해관계에 막혀 확산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주요 소셜네트워크 아이디가 기존 오픈아이디가 의도했던 웹 표준 아이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경향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은 15일 자사 오픈아이디 서비스를 종료한다. 다음 관계자는 “오픈아이디 지원 사이트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오픈아이디 지원을 종료한 상황”이라며 “오픈아이디 지원 서비스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서비스 유지 의미기 없어 부득이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신규 다음 오픈아이디 개설은 불가능하며 사이트 관리 내역은 서비스 종료 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안철수연구소도 작년 오픈아이디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아이디테일`을 종료했다. 아이디테일은 2007년 사내 벤처 고슴도치플러스가 내놓은 오픈아이디 서비스다.

엔씨소프트 오픈아이디 서비스 `마이아이디`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개발한 웹서비스 전문조직 오픈마루는 해체되고 다른 웹2.0 서비스는 대부분 중단됐다.

오픈아이디는 인터넷 사이트마다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오픈아이디를 채택한 서비스라면 어디건 하나의 아이디로 접속할 수 있는 표준규격 인증 방식이다. 각 인터넷 서비스가 아니라 외부 오픈아이디 인증사가 인증을 관리한다. 사이트마다 다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기억할 필요 없이 하나의 아이디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웹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고, 인터넷기업은 개인정보 관리 및 인증 시스템 운용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자 중심 로그인 규격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회원정보 활용 여지가 적어 사업자가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사용자로서도 기존 아이디 방식에 비해 생경하고 로그인을 위해 외부 인증기관 사이트를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다.

개방적 웹 환경을 목표로 구글·야후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 인터넷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사용자 습관과 기업 논리 등에 밀려 크게 확산되지는 못한 셈이다. 개방과 공유를 표방한 웹2.0 열풍이 현재 소셜서비스 붐으로 이어지면서, 주요 소셜네트워크 아이디가 기존 오픈아이디가 의도했던 웹 표준 아이디로 자리 잡는 경향도 있다. 최근 등장하는 대부분 웹 서비스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API를 이용한 로그인을 지원한다. 실질적인 표준 아이디 역할을 하는 것.

페이스북 관계자는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연계된 외부 애플리케이션이 현재 60여개에 이른다”며 “페이스북 API나 오픈그래프를 이용해 로그인하게 하거나 `좋아요` 버튼을 설치한 사이트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