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12/중견 · 벤처기업]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길, 중견 · 벤처가 있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무역 1조달러,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정부와 경제계는 새로운 목표로 무역 2조달러,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향해 가자고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새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견·중소·벤처기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비전 2012/중견 · 벤처기업]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길, 중견 · 벤처가 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 성장하는데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전략이 빛을 발했다. 선진국 기술과 산업을 발빠르게 따라가는 추격형 전략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경제 전반이 더 튼튼한 기초 체력을 확보해야 한다. 추격형 산업전략에서 탈 추격형으로 전환하고 혁신기술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이 역할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맡아야 한다. 이들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의 허리를 튼튼히 받쳐야 한다.

중견·중소·벤처기업 육성의 필요성은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최적의 생태계를 갖춘 나라다. 이 생태계 안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독일과 일본은 중소기업 강국으로 유명하다. 전쟁으로 피폐해졌던 패전국 독일과 일본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것은 탄탄한 기술을 보유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체계적인 벤처기업 육성 정책으로 나스닥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기업을 상장시킨 나라로 도약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는 대기업 중심 성장으로 가능했지만 독일과 같은 국민소득 5만달러의 산업 선진국은 중소·벤처기업에 의한 창조, 혁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말처럼 경제가 좋을 때는 잘 알려진 회사와 잘 알려진 제품을 선호하지만 경제가 불확실하고 어려울 때는 혁신적인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면서 “이렇게 어려움을 느낄 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창조적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앞으로 열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견·중소·벤처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외적으로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가 위축됐다. 대내적으로는 대기업 위주 경제구조 속에서 불공정 관행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중소·벤처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중견·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사회, 대기업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동반성장 지수 산정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나왔다.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은 정치권에서도 핵심 추진과제가 됐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핵심 공약으로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다. 대기업 횡포 및 불공정 관행 근절,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제도도 강화됐다. 올해 글로벌 금융불안 등에 대비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정책금융 79조원을 공급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출 및 만기연장 자금 208조원의 상환시기가 돌아옴에 따라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기연장도 추진한다. 또 중소기업 건강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진단` `처방` `치료` 3단계로 지원한다.

정부 R&D 예산에서 중소기업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R&D 지원시스템도 중소기업 친화적으로 개편한다. 또 정부와 공공기관 구매사업에 중소기업 제품 비율을 확대해 판로도 지원한다.

대기업도 이전과 달리 중소·벤처기업과 상생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한 임원은 “동반성장, 상생 등을 지나가는 유행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대기업도 동반성장이나 상생은 생존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중견·중소·벤처기업 몫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기술개발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무대에서 판로를 개척하면서 성장해야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중소기업 신년인사회에서 “우리 경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수 정예품목을 생산·수출하는 구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면서 “독일과 일본의 경제가 굳건한 것은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중소기업이 열심히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품질을 혁신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기업이 바로 벤처기업이고 이것이 벤처의 역할”이라며 “(벤처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창조적 명품`을 만들 수 있도록 R&D 역량을 강화하고 1%의 대한민국을 넘어 99%의 세계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2011년 벤처기업 인증기업 순증감 현황

자료: 기술보증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