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9개월간 771개 감소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동안 벤처기업 수가 771개나 줄었다. 이 기간은 정부가 공생발전 어젠다를 제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중소·벤처기업 육성으로 목청을 높이던 시기다. 줄줄이 내놓은 창업 지원 정책도 빛이 바랬다.

5일 중소기업청, 기술보증기금, 벤처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벤처기업 수는 2만6225개 업체로 사상 최다를 이뤘지만, 지난해 5월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벤처창업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다.

지난해 5월 283개가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6월 400, 9월 126, 12월 228개 등 5월 이후 771개가 순감했다. 지난해 1∼4월까지만 해도 2351개나 늘어났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전체적으로도 벤처기업은 6.10% 증가에 그쳐 2004년(3.44%)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벤처기업 증가율은 2005년 22.15%, 2006년 25.54%, 2007년 14.71%, 2008년 9.89%, 2009년 22.67%, 2010년 30.35%였다. 리먼사태가 터졌던 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20% 이상을 줄곧 유지했다.

벤처기업 `꿈`인 코스닥 상장도 부진하다.

2만6000여개 벤처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는 현재 303개로 0.12%에 불과하다. 신규상장도 2007년 52개던 것이 지난해 31개로 급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2010년 4월부터 벤처기업 인증제를 매년 갱신하는 것에서 2년 단위로 변경하면서 인증심사 기간에 놓인 기업이 늘어난 것도 5월 이후 기업 수가 감소하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경제 불안으로 창업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적인 도전정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우리사회에 팽배해진 것도 문제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늘어놓은 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허영구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사회적으로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취업을 선호하면서 창업이 위축 된다”며 “벤처가 활성화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적인 도전정신이 사회에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 여건상 기술만으로 대출받기가 어렵고 중견 벤처기업 지원 제도가 없다는 것도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없는 기술 창업이 여전히 어렵다”며 “중소 벤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이나 엔젤투자 활성화가 이뤄져야 벤처 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경민·권건호기자 kmlee@etnws.com

벤처 인증기업 순증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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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술보증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