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바이오융합연구소`를 가다

KCL 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이 마우스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CL 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이 마우스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KCL 바이오융합연구소 연구원이 마우스를 이용한 전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로 송도국제신도시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바이오 연구부문, 가천의대, 셀트리온, 아이센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케이디코퍼레이션 등 바이오 분야 유관기관과 업체들이 밀집한 바이오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으로 도약 중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산하 바이오융합연구소는 그곳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지 3300㎡, 건평 3574㎡ 규모인 바이오융합연구소는 유전독성시험실, 동물사육실, 흡입독성실, 조직병리실, 생태독성시험실, 조직병리실 등에 석박사급 연구인력 27명을 포함, 총 45명의 연구원들이 근무 중이다. 조직 현미경, 생화학분석기 등 10여종의 독성시험장비와 120종에 달하는 분석측정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장비 가격만 30억원에 달한다. 바이오융합연구소는 KCL이 바이오융합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초 출범했다. 기존 바이오융합단을 확대 개편했다.

황원구 연구소장은 “연구소는 동물 대상 전임상시험 안전성 규격인 OECD GLP(good laboratory practice)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과 시험 기준을 갖추고 있다”며 “그동안 국내 의료 및 제약업체들이 GLP 시험 인증을 받기 위해선 해외 시험인증기관을 활용해야 했으나 이제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바이오단지에 입주해 있어 주변 유관기관 및 업체와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사실 KCL의 바이오융합 분야 연구는 오래전 시작됐다. 건설, 생활가전 등 제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시험 인증업무를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돼 있다. 특히 나노물질 안전성평가기술에 관해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업체와 공동으로 수행한 2건의 나노안전성평가기술이 ISO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황 소장은 “흡입독성 평가를 위한 나노입자 모니터링 방법 등에 관해 GLP 시험을 실시하고 ISO 국제규격 농도를 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의약품이나 전자기기 등에 나노기술을 채택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관련 업체들이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융합연구소는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이전 단계인 GLP 연구 및 시험인증 업무를 위해 마우스(Mouse), 래트(rat), 기니피그 등 소동물과 개 등 중동물을 다량 사육하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황 소장은 “연구원 감염 방지와 동물 실험의 완벽을 위해 실험실 출입은 인가받은 사람에 한하고, 방역 절차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들어오는 동물은 결코 살아서는 나갈 수는 없는 운명”이라며 “사람의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영혼을 갖고 있는 동물인 만큼 매년 한번 위령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굳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연구원들의 아픈 마음이 읽혀진다. 연구소는 본격적인 바이오융합연구를 위해 앞으로 영장류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KCL은 올해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의료 및 바이오 분야 시험 인증기준이 강화되고, 한미FTA의 시행으로 해외 시험인증기관 공세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글로벌 수준의 시험인증 기술확보에 주력할 획이다. 또 유럽연합의 신화학물질 관리제도인 REACH법,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나노물질 등 유해물질규제에도 적극 대비해 신뢰성 높은 전 임상시험기관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황 소장은 국내 3대 바이오융합 인증기관으로 확실히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송도=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