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70%를 날로 먹은 국내 통신사보다 애플과 구글이 훨씬 양반이다.”
“통신사와 휴대폰 대기업이 후원한 기사다.”
전자신문이 시리즈 `신식민지 IT생태계`를 연재하자 나온 네티즌들의 댓글과 이메일 항의들이다. 십중팔구 애플과 구글의 횡포보다는 국내 기업에 대한 불만을 성토했다.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의 도움을 받아서 구글과 애플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의혹까지 제기했다.
기사를 쓴 기자로서 좀 황당했다.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느낌이랄까. 구글과 애플의 횡포를 고발하는데 국내 기업이 더하다는 항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애플과 구글에 열광하는 이른바 `애플빠`와 `구글빠`의 의견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디지털 사대주의`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건에 달하는 댓글의 90% 이상이 이런 식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사실 댓글에서 지적한대로 수수료를 70%나 받아간 통신사들의 횡포는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금 횡행하는 구글과 애플의 여러 가지 횡포가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금 우리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중소 협력사나 소비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대접해온 결과다. 자업자득이라고나 할까. 가뜩이나 동네 빵집·순대집까지 재벌가가 진입하면서 기업 총수는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스마트 시대에는 소비자들도 똑똑해진다.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물론 비슷한 제품이면 `착한 기업`을 선택할 정도로 시민 의식도 훨씬 높아진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그런데 왜 우리 소비자들은 밖으로 굽고 있는 것일까. 우리기업이 `홈 그라운드`의 이점까지 못 얻을 정도라면 이제는 진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더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