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애국심 호소와 인센티브

“실내온도를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해보니 지난달 건물 관리비가 20% 이상 줄었습니다. 직원 3명의 월급을 주고도 남는 액수입니다.”

최근 만난 한 IT업체 사장의 말이다. 그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8층 규모의 본사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실내온도를 제한하자 전 직원에게 다운재킷을 제공하고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췄다. 직원들은 춥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아낀 전기요금이 지난달 `절전수당`이라는 명목으로 급여에 포함되자 지금은 서로 내복입기를 권하고 있다.

[데스크라인] 애국심 호소와 인센티브

언제인가부터 겨울이 두려워졌다. 지구 온난화로 매서운 동장군이 찾아오는 날이 많아져서가 아니다. 과도하게 틀어대는 난방기기 탓이다. 전기난방기기 보급증가로 난방용 전력수요는 연평균 14% 증가했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의 학습효과로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면 `혹시~`라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전력소비는 무려 5배나 증가했다. 산업부문은 9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이 같은 기간 3배가량 늘어난 걸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다.

이제 전기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해 발전소와 원전을 늘리고 있지만 환경단체 움직임이 부담이다. 아직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전력당국은 국민에게 난방기기 사용자제 등 전기절약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실천 의지다. 더 이상 구한말 국채보상운동과 같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캠페인성 에너지절약은 통하지 않는다. 전기소비를 줄여보니 가정경제에 보탬은 물론이고 다양한 혜택이 돌아온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에너지소비를 줄였다면 포인트별로 전통시장 상품권이나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생각지도 않은 `공돈`이 생긴 소비자는 강제 절약이 아닌 스스로 하는 절전에 나설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에너지절약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에너지절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고 학습한 내용은 각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전기가 원가 이하로 저렴하게 공급된다고 해서 언제까지 정부가 강제절전을 할 수는 없다. 벌써부터 소비자들은 우리 돈 내고 우리가 쓰겠다는데 왜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다. 그렇다고 전력예비율 감소에 맞춰 발전소 건설 확대가 처방으로 등장한다면 전력 낭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겨울 반팔·반바지 차림의 거실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절약·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논하는 촌극이 연출될 수도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서로 상충하는 이슈들 사이에서 모든 상황은 균형을 잡아간다. 아꼈다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과하게 사용했다면 그에 따른 금전적 부담을 안겨줘야 한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