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동국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klee@dgu.edu
우리나라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진학함에도 국제 사회 평가는 매우 낮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부합도` 측면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무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다. 여러 정부 부처는 물론 각 대학의 다양한 노력에도 국제 경쟁력 순위에 변화가 없다. 신입사원들의 역량 부족으로 재교육 기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기업 인사담당자의 비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 인력이 활동하는 산업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 그리고 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 때문인가?
해답을 오히려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부합도`가 저조하다는 것은 학생과 교수의 능력 부족보다 교육과정이 산업체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지속적으로 확산된다. 이 제도는 두 가지를 핵심 요소로 삼는다.
첫째, 수요 지향적 교육 즉, `교육과정의 사회적 부합도`를 요구한다. 인증을 받은 학과는 졸업생이 진출한 기업이나 산업 분야로부터 정기적으로 의견을 수집해 교육과정에 지속적으로 반영한다.
둘째, 성과 중심적 교육으로써 수요지향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의 능력을 보장하는 것이다.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간 국제협약체(워싱턴어코드와 서울어코드)는 10여 가지 항목에 대한 능력을 학습성과(program outcomes)로 규정한다. 각 학과는 졸업생이 이러한 능력을 모두 보유했음을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인증을 받은 학과는 모든 졸업생의 능력을 평가하고 나아가 평가 결과를 분석해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한다.
실제로 우리 대학교육의 수요 지향적 교육 실현은 일정 수준에 이른다. 연구성과에 편중된 업적평가제도의 강화와 대학 당국의 지원과 관심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지향적 교육에 대한 교수의 자발적인 노력이 증가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인정받을 만한 정책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 수요 지향적 교육 실현과 대학교육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성과 중심적 교육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관찰된다. 교수는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실제로 인증평가도 많은 대학과 학과로부터 부족함을 지적받는 실정이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도 마찬가지다.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요구하는 졸업생의 학습 성과 항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리 학생이 국제적 수준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 지를 확인해 이들의 능력과 자질을 향상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운영하는 학과 교수의 학습성과 평가 부담을 해소시켜야 한다. 교수와 학생이 교육과정 운영과 역량 배양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평가 결과가 사회로부터 인정돼 학생이 자발적으로 평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채용 단계에 있어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개인별 진로 및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면 더욱 유익할 것이다. 나아가 국제적 동등성을 보장하는 공학교육인증제도와 마찬가지로 평가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와 같은 필요조건들은 물론 다양한 충분조건을 추가로 고려한 평가 방안을 수립한다면, 수요 지향적 교육은 물론 성과 중심적 교육의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의 우리 대학에 대한 평가는 급속히 향상될 것이다. 나아가 초·중등교육으로부터 시작해 고등교육을 거쳐 산업체에 이르기까지의 건강한 생태계가 완성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