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 <22>`바다`는 다 `받아` 준다!

백천학해(百川學海)라는 말이 있다.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물은 다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오물을 포함하는 물을 다 받아준다. 바다가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주는 이유는 `바다`가 `받아` 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주기 위해서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 상대보다 나의 자세와 태도를 낮출 때 상대의 아픔을 받아줄 수 있다는 의미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 나도 덩달아서 높이 올라간다. 세상의 모든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 수증기로 변신, 가장 높은 곳으로 다시 올라간다. 낮춤이 높임이고 내려감이 올라감이다.

가장 낮은 바닥, 바다는 곧 희망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다시 살아나오는 유일한 비결은 힘을 빼고 바닥을 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살아 나오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죽을 수 있다. 자세를 낮추고 힘을 빼면 살아나올 수 있다. 배운다는 것은 자세를 낮춘다는 의미다. 벼이삭도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배움이 깊어질수록 겸손해져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배움의 목적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몸으로 익히는 데 있다. 라틴어로 흙과 땅을 의미하는 `후무스(humus)`와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는 어원이 같다. 같은 어원에서 `겸손한(humble)`이라는 말도 나왔다. 결국 흙과 땅, 인간, 그리고 겸손함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흙과 땅은 언제나 낮은 곳에서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사물을 지지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사람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사무실 위치도 위로 올라간다. 점점 땅에서 멀어진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목에 힘이 들어가고 낮은 곳의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려면 상대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경영자나 리더의 사무실 위치는 해당 본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점점 시장을 이해하고 고객의 아픔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겸손함의 미덕을 잃어가면서 거만함과 자만심에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봐서는 낮은 곳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어렵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