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블랙 미러(Black Mirror)

이 드라마 섬뜩하다. 피가 튀거나 귀신이 나오는 게 아니다. 보는 내내 불편하기까지 하다. 근데 빠져든다. 어 어 하다 보니 끝났다. 소셜미디어 이면을 풍자해 최근 영국에서 화제를 모은 `블랙 미러(Black Mirror)` 이야기다. 블랙 미러는 PC나 TV 디스플레이 화면이 꺼진 상태를 말한다.

[프리즘] 블랙 미러(Black Mirror)

무릇 미국이나 영국 드라마라면 영화 같은 액션은 기본이다. 여기에 유머나 로맨스를 잘 버무려야 한다. 이게 상식이다. 이 드라마, 이런 기대(?)를 싹 무시한다. 팽팽한 긴장의 끈이 풀어지는 순간, 기막힌 반전으로 시청자를 한방에 보낸다. 남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에피소드 세 편은 각각 다른 설정이지만 공통 소재는 소셜미디어와 과학기술이다. 1편은 SNS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현재 어느 날. 공주가 납치됐고 납치범은 총리에게 혐오스러운 협박을 한다. 보안은 실패로 돌아가고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은 걷잡을 수 없다. 삭제를 해도 자기증식 하듯 늘어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의해 형성된 여론도 공평무사(公平無私)하지 않다. 협박에 굴복하며 총리는 말한다. “망할 인터넷!(Fucking Internet)”

그간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는 말로 소셜미디어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사회 구성원을 `집단 바보`로, 비인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 사회의 가치관과 다양성이 부족할 때 역으로 소셜미디어는 축복이 아닌 위협이 될 수 있다.

각본을 쓴 찰리 브루커는 트위터 애용자다. 그는 아이폰 `시리`를 사용하며 편리함과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이렇게 반문한다. 첨단기기가 마약이라면 그 부작용은 무엇인가라고.

후속편이 주는 메시지도 결코 가볍지 않다. 2편은 `세컨드라이프`와 통제 사회를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조롱한다. 3편은 SNS `타임라인` 같은 기억 저장장치가 주는 것은 추한 진실뿐이라고 경고한다. 드라마는 허구지만 현실적이다. 이미 일어난, 혹은 가까운 미래의 일이다.

이 드라마, 그래서 더 섬뜩하다.

김인기 편집2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