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신(新)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구축`

올해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최근 1~2년 사이 이른바 `스마트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ICT 생태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애플 아이폰 공습으로 시작된 ICT 생태계 변화는 최근 발생한 KT와 삼성전자간 망 중립성 충돌에 이르기까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이슈를 낳고 있다. 김 원장은 “융합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통섭적 연구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ICT 산업과 경제가 제2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핵심 어젠다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KISDI 비전을 `스마트 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ICT 정책연구기관`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ICT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는 어젠다를 선도적으로 찾아내 스마트 시대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올해 목표다. 우리나라 ICT 정책연구 `씽크탱크(Think Tank)` KISDI가 그려나가는 2012년 밑그림을 들여다봤다.

-스마트 시대 도래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합니다. 위기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금까지 통신·방송·인터넷 융합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융합 이후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미래 지향적인 ICT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올해 KISDI는 인터넷 개방성 유지와 공정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망 중립성 확보 방안을 연구하고 지속적인 ICT 생태계 성장을 위한 고품질 콘텐츠 대중화와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정보화 미래 비전 초점을 국민 소통 극대화에 두고 공공정보 플랫폼화와 서비스 품질 극대화 전략을 수립해 이용자 중심 정보화 방안을 구현하겠습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멀티플랫폼 환경 구축으로 스마트기기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끊임 없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N스크린 환경에 대비한 선도적 정책 방안을 준비하는 일 역시 KISDI의 올해 주요 과제입니다.

-기술과 서비스 발전은 국가 간 산업 경계를 모호하게 바꿔놓았습니다. ICT 정책 연구도 국내, 국외로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졌는데요.

▲글로벌화 진전으로 국내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ICT 정책 연구도 국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KISDI는 주요 해외 국가 정책 실태와 글로벌 시장동향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시의적절하게 수립해나갈 것입니다. 세계 최고 ICT 강국으로서 강점을 기반으로 OECD 등 국제기구 의장단 활동과 의제를 선도하고 개도국 정책자문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ICT 리더십 확보에 힘쓸 방침입니다.

ICT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 제도 연구,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및 산업분석 연구, 스마트 환경에 적합한 수평적 규제체계 정립 방안 연구 등을 통해 ICT 정책 플래그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스마트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국내 통신사업자는 수익 정체로 고심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데이터 이용량 폭증으로 통신망 증설을 위한 막대한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수익증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무선인터넷 생태계를 애플, 구글 등 운용체계(OS)를 보유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주도하면서 국내 ICT 기업 경쟁력도 약화된 상황입니다.

ICT 생태계 전체 투자액 중 통신사업자 투자가 3분의 2 가량을 차지합니다. 통신네트워크는 ICT 생태계 기반입니다. 통신사 투자 없이는 장비업체나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사업자 존립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클라우드컴퓨팅, 스마트TV, 소셜네트워킹 등 최근 화두가 되는 모든 신규 서비스도 고도화된 통신망이 전제돼야 실현 가능합니다.

통신사업자가 지속적으로 망을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ICT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합니다. 통신사에 네트워크 고도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합니다.

-스마트 시대에 맞춰 통신 규제정책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시장 구도가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기기(CPNT) 가치사슬에서 생태계를 둘러 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간통신사업자 중심 통신규제 체계로는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고 ICT 산업 전반의 성장과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곤란합니다.

새로운 규제체계는 네트워크 고도화, 경쟁, 이용자 편익 증진이라는 정책목표 외에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ICT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범부처 차원 논의를 통해 ICT 산업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 특히 해외 사업자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응방안 도출이 필요합니다.

기존 통신사업자 투자-수익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간 규제형평성 등 통신 네트워크 지속적 고도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해야 합니다.

-융합서비스 도래로 방송시장 역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갈등과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시장에서 사업자 간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방송시장은 광고를 재원으로 움직였습니다. 문제는 방송광고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방송광고가 줄고 있습니다. 광고가 줄다보니 `대가` `배분` `저작권` 등 과거 방송 분야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재원이 불충분하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자간 충돌이나 갈등이 나타난 것으로 어찌 보면 거래가 발생하는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행위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업자간에 자신의 이해를 둘러싸고 극단적인 행위를 할 경우 방송 분야에서는 시청자,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방송시장에서 사업자간 충돌과 갈등이 발생한 역사가 짧다보니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역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자간 충돌과 갈등이 발생할 때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송사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방송시장의 발전적 변혁 제도와 규범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는 핵심 당사자인 방송사가 성숙된 시장참여자로서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말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자연스레 ICT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활발한데요.

▲현 ICT 정책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는 방통융합 시대 진입에 맞춘 것으로 출범 당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스마트폰 충격 이후 유무선 인터넷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대하면서 방통융합도 인터넷 영향력 확대의 일부 현상에 불과한,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방송, 통신은 물론 음악, 서적, 영화 등 모든 종류의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주도하는 쪽은 애플, 구글과 같이 컴퓨팅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입니다.

미래 ICT 추세는 `인터넷을 통한 컴퓨팅부문(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과 미디어 부문의 융합`이 핵심입니다. CPNT 등 모든 부문의 유기적 연결 관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 ICT거버넌스는 이러한 추세에 대응해 보다 통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통신방송, 뉴미디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분야 정책 영역을 새로 통합·재구성해 효율적으로 ICT 국가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정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통합·재구성을 통해 다양한 안이 도출될 수 있으며 각 안에 대한 장단점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 김동욱 원장 프로필

△1959년생

△학력사항

-서울대 경제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책학 박사

△주요경력

-2011년~현재 KISDI 원장

-1994년~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08년~현재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정보화분과위원장

-2009~2011년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

-2006~2007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

-2005~2008년 전자정부특별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