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00년대는 `디지털 패전의 시기`

일본이 67년 만에 패전국의 오명을 다시 썼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에서 졌지만 아날로그 시대 승승장구하며 패전의 멍에를 벗었던 일본이 이번엔 디지털 혁명에서 패했다.

일본의 2000년대는 `디지털 패전의 시기`

니혼게이자이는 `디지털 패전의 2000년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2000년 이후 12년 동안 일본 6대 전자 업체의 실적과 기업 가치를 분석한 내용이다. 6대 전자 업체는 파나소닉을 비롯해 소니·도시바·히타치·산요·미쓰비시전기다.

제목처럼 결과는 참패다. 2000년 6개 기업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22조엔(약 318조원)을 웃돌았다. 12년이 지난 현재는 8조엔(약 115조원)을 밑돈다.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돈이 사라졌다.

이 가운데 소니와 파나소닉의 몰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7조엔(약 101조원)과 6조엔(약 86조원)이 넘던 소니와 파나소닉 시가총액은 모두 1조5000억엔(약 21조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시바와 히타치도 반토막났다.

실적 역시 참담하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6대 업체의 결산을 종합하면 2000억엔(약 2조8900억원) 적자다. 10년 넘게 영업한 성과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자를 본 해보다 흑자를 낸 해가 두 배나 많았지만 네 번의 손실 규모가 워낙 컸다.

특히 2001년과 2008년, 2011년 실적이 최악이다. 3년 적자가 4조엔(약 58조원)을 넘는다. 2001년은 IT 거품 붕괴,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2011년은 대지진과 엔고에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적자의 일등공신도 시가총액 하락 순위와 마찬가지로 소니와 파나소닉이다. 히타치도 만만치 않다. 6대 업체 중에는 미쓰비시전기가 그나마 돋보였다. 2001년을 빼곤 모두 흑자를 냈다. 도시바와 샤프도 그나마 선방했지만 손익분기점 근처에 머물렀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전자 산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을 TV에서 찾았다. 브라운관 시절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 TV가 LCD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에 밀렸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실적 악화를 불러왔고, 일본 브랜드 파워를 떨어뜨렸다.

여기에 애플 변수도 등장했다. 애플은 스마트폰에 이어 TV시장까지 넘본다. 이 신문은 “일본 TV가 기술 혁신의 아이콘인 시대는 끝났다”며 “디지털 패전을 다시 뒤집을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