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접속을 차단하는 KT의 초강수가 결국 통했다.
삼성전자와 KT는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스마트TV 접속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KT는 14일 오후 5시30분 스마트TV용 앱 서버 접속 제한 조치를 철회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10일 KT가 일방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TV 서비스 접속을 제한한 후 나흘 만에 두 회사는 합의점을 찾았다.
방통위에 따르면 KT는 접속 제한 조치를 해제했으며 삼성도 KT 접속 제한 행위 중지에 따른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조만간 정식으로 회의를 열고 망 이용 대가 산정을 포함해 공동 비즈니스 모델 등 다각도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두 회사가 스마트TV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며 혁신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망이 필수 기반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정보통신산업 발전과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 채널은 열었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완의 합의`라는 관측도 높다. 더 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이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현안이 될 망 이용 대가 지불에 양측 입장이 서로 갈리고 있다.
KT는 스마트TV 망 중립성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공식 채널이 마련돼 망 이용 대가 산정 등에서도 상당히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KT 측은 “그동안 소극적인 협상에 머물렀던 삼성이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해 기대가 크다”며 “특히 망 이용 대가에서 공동 비즈니스 모델까지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망 이용대가보다는 공동 사업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모델 개발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망 부하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을 뿐더러 이용 대가 산정 방법, 비즈니스 모델의 형태와 방식 등도 서로 전혀 논의되지 않아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망 중립성에 관해 이제 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부계획을 수립한 수준이어서 제도적인 준비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한 마디로 해결 방법 합의가 아니라 서비스를 재개하고 협상한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언제든지 비슷한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스마트TV 차단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을 전제로 정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걸린 업체까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총론 수준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트래픽 증가와 망 투자비용, 산업 육성, 소비자 후생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각론이 나와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설정선 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은 “이번 합의가 ICT 생태계의 상생협력적 동반자 관계와 새로운 시장질서 정립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T는 이에 앞서 지난 10일 오전 9시부터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자사 인터넷 통신망 속도를 떨어뜨린다며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고 이에 맞서 삼성도 KT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