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참으로 이상한 전화료](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2/15/246087_20120215150445_874_0001.jpg)
상식적으로 판단하자.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세계에서 손꼽힐 `7대 경관`을 국제전화로 뽑았는데 한 사람이 몇 번이고 거듭 투표할 수 있었다. 한 통화에 1400원쯤 됐다. 시간과 돈이 많은 이가 뜻을 관철하는 구조다. 어떤 이는 하루에 500통 이상씩 `걸어야` 했다. 투표로 의사를 표시한 경험이 많은 인류가 이런 구조를 공정히 여긴 적이 있던가.
상식 밖 투표는 제주도가 세계 7대 경관 후보였던 데서 잉태됐다. 제주특별자치도민은 물론이고 국민 열망을 모으는 운동까지 펼쳐졌다. 정운찬 전 총리가 범국민추진위원장을 맡아 앞으로 나섰다. 그는 1000번 이상 전화를 거는 등 위원장으로서 정성을 다했다. KT도 화답했다. 투표용 전화료를 180원으로 낮췄다. 시민의 `제주 사랑하는 마음`을 투표에 온전히 이어 내려는 노력이었다.
열의가 지나쳤을까. 제주도·제주시·서귀포시가 행정 전화 211억8600만원어치를 투표용으로 돌렸다. 요금이 한 통에 198원이었으니 1억700만통쯤이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7500여명이라니 한 사람마다 1만4000통씩 아닌가. 시민이 투표(전화)를 기탁하기 위해 모은 돈도 56억7000만원에 달했다. 결국 전화료로만 268억5600만원을 썼다. 공익 행정에 쓸 시간·업무·전화를 투표로 돌린 것도 모자라 코흘리개 돼지 저금통까지 쏟아부었다.
제주도는 아직 요금을 다 내지 못했다. 65억9900만원이 남았다. 그나마 KT가 이익금 41억6000만원을 깎아 줬다. 민영 통신기업 주주들이 이익금을 포기한 경영진을 어찌 생각할지 궁금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요금 부과·징수 방식이다. 아무래도 기업의 `공적 기능(?)`이 두드러진 결정이었음을 잘 알아서 받아들여야 할 모양이다.
이상한 전화료는 물론이고 7대 경관 선정 과정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내내 분출했다. 이달 3일 정운찬 전 총리는 이를 “해괴하다”거나 “비상식적”이라고 일축했다. 제주가 세계 7대 경관 선정에 성공한 것을 활용할 기회를 살려야 할 때 이런저런 트집을 잡는 몇몇 언론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7대 경관 선정을 주관한 뉴세븐원더스) 재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든 말든 세계 7대 경관을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시 앞을 내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엊그제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세계 7대 경관 활용 제주 글로벌 브랜드 도약 방안`을 내놓아 시선을 앞날로 돌리려 했다.
그 뜻 모르는 바 아니나 왜 자꾸 `좋은 게 좋은 거` 냄새가 나는가. 잠깐 미봉하면 되리라는 생각들로 읽힌다. 덮어둔다고 부패가 멈추던가. 제주를 7대 경관에 올려놓으려 누가 무슨 일을 어찌 했는지 낱낱이 기록하고 검증할 일이다. 제주도민과 여러 시민의 지극히 상식적인 지적을 의도적 왜곡으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은용 논설위원 ey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