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는 방법

[데스크라인] 소프트웨어산업을 살리는 방법

소프트웨어(SW)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다른 정치쟁점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안됐다. 연간 수조원 시장에서 수천 개 SW기업의 명운이 달린, 국가 미래 경쟁력과도 결부된 중대 사안은 초라한 결과를 맞았다.

IT서비스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사업 전면 제한이 골자인 이번 개정안은 준비과정부터 많은 논란과 기대감, 갈등을 낳았다. 1조원 이상의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IT서비스 대기업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될 중소SW기업은 쾌재를 불렀다. 학계는 찬반으로 갈려 개정안 정당성과 부당성을 역설했다. 각 집단 입장이 팽팽히 대립한 만큼 갈등도 컸다.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에서 SW진흥법 개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하지만 정부의 법 개정 의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추후 열릴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 하니 SW진흥법 개정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피해당사자라 여기는 IT서비스 대기업은 이번 사안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SW분류에서 IT서비스는 패키지SW와 더불어 중요한 영역으로 구분된다. IBM이 하드웨어(HW) 전문업체가 아닌 글로벌 SW기업으로 평가되는 것도 바로 IT서비스 영향력 때문이다. 2010년 IBM 전체매출 중 HW 비중은 21% 수준이다. 나머지는 SW 매출이다. 이 SW에서 IT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3%다. 세계 패키지 SW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IT서비스 분야에선 IBM 매출 6분의 1 수준, 세계 19위로 처진다.

이 처럼 중요한 IT서비스 가치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평가절하됐다.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강조됐듯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만든 건 다름 아닌 지금의 우리 IT서비스 대기업이다. 결자해지라 했다. 대기업이 시장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면, 중소SW기업 육성이 SW산업을 부흥하는 동인으로 인식된다면 이젠 그 해법을 대기업이 제시해야 한다.

SW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 전환도 필요하다. SW는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반도체나 휴대폰보다 3~6배나 더 큰 시장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SW시장규모는 세계 시장의 1% 남짓이다. 못하니 포기할 시장이 아니라 관심만 가지면 수직상승의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올해 국가정보화 예산은 2조7000억원, 지방자치단체와 산하단체 등을 모두 포함한 공공정보화 시장은 연간 7조원 규모다. 그러나 최저가 입찰제 폐단으로 이 가운데 70%정도만 집행될 뿐 나머지는 국고에 남는다. 외산SW의 3분의 1 수준인 국산SW 유지보수요율의 현실화 목소리가 터져 나와도 기획재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SW진흥법 개정도 좋지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예산의 효율적 편성과 사용이다. 대중소기업 SW생태계 조성만큼이나 중요한 건 정부의 태도변화다.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