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웹툰 20여편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 추진

정부가 학교 폭력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폭력성을 이유로 포털 웹툰을 대거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할 방침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주요 포털 웹툰 중 폭력성이 강한 작품을 골라 포털에 유해매체 지정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달 “웹툰이 학교 폭력 조장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며 웹툰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 방침을 밝힌지 한달여 만이다.

현재 네이버·다음·파란 등 주요 포털에 게재된 웹툰 20여편이 유해매체 지정 검토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이의가 있을 경우 이달 안에 이의 신청을 하라고 요청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웹툰에 `19` 표시가 되고, 웹툰을 보기 위해선 실명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홍보도 할 수 없게 된다.

만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 사전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폭력성 심의 기준도 모호하고 만화계와 관련 논의도 없었다는 불만이다. 박인하 작가는 블로그에서 “청소년보호법이 다시 창작의 자유를 가로막는 시절로 돌아갔다”며 “창작의 자유는 모든 진흥, 지원, 발굴, 시상 등의 활동에 우선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근본적 명제”라고 말했다.

제효원 한국만화가협회 국장은 “심의가 필요하다면 그 기준을 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방심위의 일방적 유해 매체물 지정 추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는 회원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포털은 신중한 입장이다. 해당 작가 의견을 묻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포털은 방심위 공문을 받은 후 곧바로 지적된 웹툰을 `19금`으로 전환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고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청소년에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을 일부 제한한다는 것이지 콘텐츠 유통을 전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창작자의 우려를 최대한 반영해 청소년 보호 가치와 조화를 맞춘다는 설명이다.

황승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폭력 소재 콘텐츠를 접한다고 청소년이 영향을 받는지는 논란이 많다”며 “책·음악 등과 같이 연령 등급 분류 콘텐츠가 아닌 만화에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을 통해 포괄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