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빌딩이 일본에 속속 들어선다. 에너지를 전부 자체 조달하는 건축 기술이 주택 수준을 넘어 빌딩까지 발전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말 그대로 에너지를 모두 자급하는 빌딩이다. 태양광과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전력을 얻는다. 여기에 열효율을 극대화하는 자재 및 공조 시스템을 추가해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제로에너지빌딩의 전력 수급 방법은 다양하다. 옥상에는 태양의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세운다. 태양광 전력은 축전지에 저장된다. 지하에는 지열을 활용하는 온수펌프를 설치한다. 식물이나 미생물 분해로 연료를 얻는 바이오매스 설비도 들어선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이산화탄소 농도와 외부 온도를 감지해 상황에 맞게 조절되는 자동환기시스템이 중심이다. 난방 효율을 높이는 이중창이나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절전형 LED 조명은 기본이다. 모든 에너지 수급과 소비는 중앙제어시스템이 관장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이 일본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멈추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체 전력 소비의 30%를 차지하는 빌딩을 에너지 절감 거점을 만들기 위해 건설업계가 나섰다.
일본 최초의 제로에너지빌딩은 내년 3월에 모습을 드러낸다. 시미즈건설이 야마나시현에 들어설 종교 법인의 오피스 타운 공사를 수주해 내달 착공한다. 총 공사비는 약 50억엔(약 705억원)이다. 자체 전력 생산뿐 아니라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절감 효율을 45% 높일 방침이다.
오바야시건설이 개발 중인 제로에너지빌딩의 핵심은 지열 활용이다. 연중 온도가 일정한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게 뼈대다. 다케나카건설은 아예 에너지를 남겨 다른 빌딩에 파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도다건설 역시 2020년까지 제로에너지빌딩을 세울 예정이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장점이 많지만 비용이 걸림돌이다. 보통 빌딩보다 건축비가 30∼40% 정도 비싸다. 건설업계는 수요가 많아지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 이후 신축 건물을 모두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세우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제로에너지빌딩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