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5, 31147.`
암호 같지만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니, 암호는 아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원장 황주호) 회식자리에서 늘 나오는 숫자로 된 건배사다.
`3025`는 기관 에너지 절감 30% 실현, 연중 실내온도 25도 유지를 의미한다. 실내온도 25도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 같지만, 외부 에너지 투입 없이 자체적인 방법으로 실현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31147`은 지난 2008년 31개 연구센터 및 연구본부를 14개로, 다시 이를 7개 연구단으로 과감하게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적으로 논란도 많았지만 안착될 것으로 황 원장은 내다봤다.
황주호 원장은 “개구리가 좀더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듯, 지난해가 도약을 위한 준비단계였다면 올해는 성장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고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도전하는 해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R&D 방향을 `도전`에 맞춰 놨다. 다가오는 변화를 피하기보다는 과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외에 걸쳐 중요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최근 세계 경제가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함에도 에너지소비는 증가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세계 최고의 전력공급 안정성을 자랑해 온 우리나라의 정전사고는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새기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황 원장은 오히려 이러한 도전요인들이 더 큰 기회라고 판단했다. `KIER 중장기 발전전략 2020`을 만든 배경이다. 연구품질보증시스템과 특허획득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성과경영 체계도 도입했다.
-국제화와 개방화에 대응한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요.
▲지난해 제주에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를 개소했습니다. 동남권과 호남권에는 울산, 부안에 협력센터도 개설했습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국제화와 개방화의 상징이 될 것으로 봅니다. 국제화·개방화 전략은 우리나라가 조기에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에너지기술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추진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할 적극적인 대안이 될 것입니다.
미국 UCLA와는 스마트그리드에 관한 협력연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외 인력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교수 연가 유치 등 외부 전문 인력 활용 확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올해에는 글로벌신재생에너지연구센터를 `육해상 융복합 원천기술` `통합 에너지기술 실증 플랫폼` 그리고 `인력양성 및 교류`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로 만들기 위한 토대를 확고하게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개방형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가속화합니다. 글로벌 선도 기관과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연구 확대를 통해 KIER의 기술적 우위 확보와 위상 강화를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연구의 양도 중요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으면 기술 상용화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
▲연구품질을 보증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연구성과의 질과 부가가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연구품질보증은 정부 출연연구기관 중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원자력과 전자통신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일반 연구분야에서는 사실상 첫 번째 시도인 셈입니다.
지난 1년간 연구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시범적용도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기반은 구축된 셈입니다.
올해는 모든 신규 사업과 일반사업을 대상으로 적용범위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것입니다. 연구와 연구품질이 자연스럽게 같이하는 순기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조만간 기관 기술료 수익이 세자릿 수에 이르는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목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원장과 일부 경영진만의 참여와 일방적 전달에 그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연구원 목표가 곧 모든 구성원 목표라는 인식과, 구성원 모두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 진정한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구원의 목표를 공유하고, 주요 정책추진과 제도 입안 과정에 대한 구성원의 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참여하는 소통문화`가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지식동아리` 활동을 더욱 활성화합니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R&D 기획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사실 `3025, 31147`라는 건배사도 장영진 기획부장 아이디어지만, 소통에 도움이 크게 됩니다.
-기관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전략적 R&D는 무엇인지요.
▲연구원 에너지네트워크 최적화를 통해 3025를 달성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연구원 40여개 건물의 전기와 열 네트워크를 최적화합니다. 연구원 전체 에너지소비를 30% 이상 줄이면서, 사계절을 25도로 맞춰 쾌적한 연구 환경을 유지하도록 하는 `3025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KIER는 에너지기술을 30년 이상 연구해 온 전문기관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원 내 건물과 에너지시스템은 에너지기술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역량을 융합하면 `3025 프로젝트`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는 KIER 말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KIER가 성공적으로 에너지네트워크 최적화를 만들어내면 중장기적으로는 연구단지는 물론 상업용, 가정용 건물과 각종 커뮤니티로 확대할 것입니다. 목표이긴 하지만 기존 에너지를 30% 절감할 수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것입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으로 출연연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 출연연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KIER 전략은 무엇인지요.
▲임무수행형 조직체계 안착에 주력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국가연구개발원 통합과 같은 전체적인 거버넌스에 관한 적지 않은 변화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KIER는 이미 지난 해 12월 임무 중심의 2개 연구본부, 7개 연구단 체제를 골격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2008년 말부터 현재까지 31개 연구본부 및 연구센터를 14개, 그리고 다시 7개 연구단으로 개편했습니다.
임무수행형 조직개편이 비록 외부 요인에 의해 시작은 됐지만,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시각에서 융합 중심의 연구단을 설계하였습니다.
-KIER의 에너지 R&D 전략이 국가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지난 35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기술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수소, 폐기물, 지열, 태양에너지,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을 개발합니다. KIER가 정부 신재생에너지보급률 목표의 27%를 맡겠습니다.
온실가스 감축률 부문에선 신재생에너지, 이산화탄소저장장치(CCS), 초청정석탄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것입니다.
석유의존도 부문에선 석탄합성석유와 석탄액화장치(GTL) 같은 기술 개발로 국가정책목표를 실현할 것입니다.
에너지효율 부문에선 열에너지네트워크나 스마트그린빌딩, 그린 카 등의 기술을 개발합니다.
-열에너지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요.
▲KIER가 보유한 2㎿짜리 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배가스시험동 발전설비는 높이 12m 크기에 석탄을 원료로 쓰며 보일러 용량은 10㎿t, 발전용량은 2㎿e입니다.
이 설비는 국내 산업체와 대학, KIER에서 개발한 연소배가스 관련기술 조기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 및 기후변화협약을 대비한 차세대 미래환경기술개발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에 관련된 산업연수생을 비롯한 국내 이공계 대학생 현장학습 등 전문 인력양성사업 설비로도 활용합니다.
이 시설이면 열에너지네트워크 구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황주호 원장 프로필
△1956년생
△학력 사항
-서울대학교(공과대학 핵공학과)
-미국 조지아텍 보건물리학 전공 석사
-미국 조지아텍 핵공학 전공 박사
△주요 경력
-현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한국에너지공학회 부회장
대한싸이클연맹 부회장
-2010년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2011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11년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장
-2011년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장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