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83> 찰지다

어떤 말이나 글, 행동 등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쏙 드는 느낌을 생생하게 일컫는 표현.

`손맛이 좋다`나 `말이 입에 착착 감긴다` 등의 표현이 전달하는 느낌을 포괄적으로 나타내 준다. 어떤 상황에서건 부담 없이 어울리는 표현이라 널리 쓰이고 있다.

주로 `찰지구나!`라는 감탄형으로 쓰인다. 이 표현은 작년 한 개인 블로그에 올라온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라는 만화에서 유래했다. 만화 주인공 소년은 `나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다`며 게이 바에 가지만 생각 이상의 하드코어한 분위기에 놀라 바로 돌아 나가려 한다. 그러자 바에 있던 남성이 나가려는 주인공을 붙잡아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찰지구나`라고 말한다.

그림판으로 그린 조악한 그림에 대사도 내용도 황당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인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급속히 퍼져나가며 인터넷 유머 코드로 자리 잡았다. 패러디도 쏟아져 나왔다.

전반적으로 조악하지만 `찰지구나`란 말이 전하는 느낌만은 생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말 `찰지게` 입에 감기는 표현이다. `찰지구나`와 함께 등장한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란 대사도 유명세를 탔다.

대다수 인터넷 이디엄이 그렇듯 이 표현 역시 인터넷에 널리 퍼지면서 본래 맥락과 의미가 약해지고, 어떤 대상이 맘에 듦을 가볍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새로 나온 게임 손 맛이 찰지다` `이 노래 찰지다`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자막에도 등장하며 전국구 단어가 됐다. 하지만 본래 표현의 탄생 과정에 성적인 맥락이 있으니 쓸 때 주의하자.

`찰지다`는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 혹은 `성질이 야무지고 까다로우며 빈틈이 없다`는 뜻의 `차지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하지만 `찰지다`가 훨씬 느낌이 찰져서 온라인 공간에선 잘못된 용어가 그대로 통용되는 상황이다.

* 생활 속 한마디

A: 안드로메다에 안연 주가 롤러코스터와 MRI 스티커 사진을 설치한 놀이동산을 만들면 어떨까요?

B: 사업 계획이 찰지구나.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