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부품 업계 창고에 재고가 쌓인다. 가뜩이나 실적이 나빠진 상황에서 재고 증가는 더욱 큰 악재다. 침체된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실적 회복은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교세라를 비롯해 TDK, 무라타, 일본전산 등 일본 전자부품 업계 빅4의 2011년 4분기 평균 재고 회전 일수는 70일이다. 1년 전보다 17일이 늘어났다. 리먼 브러더스 쇼크 이후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9년 1분기 80일 이후 가장 긴 수치다.
회전 일수가 가장 긴 교세라와 가장 짧은 일본전산과는 약 40일의 격차가 있지만 공통점은 1년 전보다 길어졌다는 사실이다. 원인은 수요처인 디지털가전 시장 침체와 태국 홍수다.
교세라는 2010년 말 60일 수준에서 이제는 85일을 웃돈다. 반도체 부품과 태양 전지 타격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말 재고는 2010년 말보다 25%나 늘었다.
TDK는 50일 이하에서 70일에 가까워졌다. 홍수 피해를 크게 입어 수급이 불안해지자 고객이 TDK를 외면했다. 홍수 복구가 이뤄져도 주문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라타는 60일에서 보름가량이 늘어났고, 일본전산 역시 45일 정도에서 5일 이상 추가됐다. 무라타는 현재 조업 수준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전산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이지만 50일을 넘어섰다.
4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519억엔(약 7300억원)이다. 1년 만에 50% 이상 하락했다. 출하량이 줄면서 재고가 쌓였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여도 전자부품 업계까지 훈풍이 불려면 재고가 줄어야 한다.
재고가 쌓이면 보유 자금 감소 외에 판매 단가의 붕괴와 생산 조정이 일어나기 쉽다.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 일본 전자부품 업계는 물류망을 정비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
◎… 재고 회전 일수
재료와 상품 재고 전체 소비에 걸리는 시간이다. 생산과 판매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수가 짧을수록 효율이 높다. 재고 일수가 길어질수록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다. 보통 전자부품 업계에서는 효율성을 가르는 기준을 60일 내외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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