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어제 또 전산장애를 일으켰다. 공인인증서 서버 장애로 고객들이 일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다섯 시간이 지나 정상 복구됐다. 그러나 툭하면 터지는 전산 장애로 농협의 이미지는 더 추락했다.
농협은 장애가 생길 때마다 관리 강화와 예방을 외쳤다. 그런데 12월부터 매달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그 큰 사고를 일으킨 후 대책을 강구했다는 농협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고객들이 무더기로 다른 곳으로 거래 은행을 바꿔야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농협이 자주 장애를 일으켰지만 다른 은행이라고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외환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이 올해 들어 잇따라 전산 장애를 일으켰다. 전부는 아니지만 거래 폭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서버 과부하를 낮추는 투자와 관리 대책이 요구됐다. 노후 장비도 교체해야 한다. 많은 업무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니 인력 보강도 있어야 한다.
금융 보안 방향은 외부 침입 방지에 집중됐다.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내부 관리가 소홀해 사고가 생긴다면 이는 100% 인재(人災)다.
금융기관의 전산장애가 최근 부쩍 잦아진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지난해 농협 사태와 같은 큰 사고는 아니지만 부분적인 사고나 너무 빈번해졌다. 혹시 큰 대형 전산 장애의 전조는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기우로 그치게 하려면 금융 당국의 철저한 점검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사고가 생길 때마다 철저한 감독을 약속하고 대책을 내놓는다. 잇따른 사고는 당국의 조치가 말뿐이었음을 보여준다. 금융 정보기술(IC)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명확한 실태 조사와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회사를 제대로 감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