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효율성도 비전도 없다,,,IT시계 거꾸로

정부가 최근 출범 4년을 맞아 출간한 보고서 형태의 책자에는 `스마트폰 시대 개막과 IPTV 450만가구 보급`이란 성과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도입은 다소 늦었지만,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고 기록됐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스마트 전환이라는 `대변화`는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다. 통신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사가 이뤄낸 일도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불러온 변화다. `스마트 IT` `소프트 IT`로의 대전환기에서 정부가 한 일은 사실상 없다.

국정 최고 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 4년간 정부 정책 전반에서 IT는 `융합의 매개체` 또는 `산업 경쟁력 제고의 연결고리` 정도로만 돼 있다.

IT를 통한 소프트파워, 신산업 창출 경쟁력이 곧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이 되는 `스마트시대`에 IT를 주도적으로 진흥하고 육성할 컨트롤타워가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창의와 혁신을 무기로 한 IT 강화와 도약에 나서는데 우리는 여전히 IT 활용론 타령이다.

정부가 흔들리는 `IT 코리아` 위상을 반박하면서 자주 거론하는 것이 IT 수출 경쟁력이다.

두 번이나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IT 수출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분명하다.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8년 40%에서 지난해 45%로 높아졌으며, 휴대폰 점유율도 스마트폰 전환에 잘 대응한 결과, 지난 2008년 25.3%에서 지난해 28.9%로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209억달러에 그쳤던 우리나라 IT 수출액은 지난해 1570억달러로 늘었다. IT 무역수지도 2009년 589억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54억달러 흑자로 높아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 정부 들어 IT 부문 연구개발(R&D) 투자를 지난 2008년 15조원 규모이던 것을 지난해 19조8000억원으로 대폭 늘리면서 첨단 IT의 선제적 확보가 가능했고, 그것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기업이 위축돼 있을 때, 정부가 IT에 의욕적인 지원을 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우리 기업들조차 불확실성 측면만 봤다면 지금 잘나가는 한국 IT도 세계 시장에서 후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IT 제조 분야 경쟁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분이다.

누구의 역할을 떠나 IT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 통할 정도의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드웨어(HW) 경쟁력보다는 소프트파워가 중시되는 시대다. 혁신적 제품만이 세상을 흔들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IT 제조로 잘해왔지만 앞으로 10~20년을 경쟁력으로 채울 아이디어는 많이 뒤처져 있다는 진단이 우리에게 내려져 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SW)산업 육성을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SW산업 생태계나 개발 환경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SW를 중심으로 한 IT산업 도약 전략을 짰지만 국내 SW 경쟁력은 허약하다.

지식경제부가 SW산업국 신설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이는 SW산업 정책을 잘 해온 결과이기보다는 오히려 헤매다 뒤늦게 찾은 대책인 셈이다.

정확히 2년 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 SW 도약 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국산 SW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가동한다고 했지만, SW 업계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거의 없다.

SW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입찰제한, 하도급 등 불공정 관행 개선은 어느 정도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SW 인력양성이나 SW 개발 경쟁력 제고 등 산업 체질 개선은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W를 산업 간 융합의 핵심으로 잡고, 정부가 관련 투자나 확산에 나섰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SW는 `아주 후차적인` 도구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현 정부 들어 IT 관련 일관되게 지켜온 또 다른 원칙이 `컨트롤은 없다`다. 간섭해서도 안 되고, 간섭당하지도 않는다는 논리다.

방송통신위원회란 정부 조직이 보여주듯 스마트 대전환, 방송통신 융합, 새로운 미디어 빅뱅 등 주요 변곡점을 우리나라는 확실히 주도하지도, 이끌지도 못했다. 그저 따라가기 바빴을 뿐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인 IT 재편과 트렌드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산된 정책 구조를 갖고서는 제대로 된 대응과 정책 방향이 잡힐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애플,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정보통신(ICT) 기업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가라는 뼈저린 고민을 정부 당국자부터 해야 한다”며 “정부가 하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하고자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12월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탄생하면 과학기술 쪽을 전담하는 부처 탄생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대권주자 대부분이 과학기술 쪽의 부흥을 주창하고 나섰다. 과학기술계가 전면에서 나서 정치권력을 향해 전담 부처 부활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답이기도 하다.

ICT 분야 전담부처 부활 논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금처럼 효율성도 없고, 비전도 못 만드는 구조로는 앞으로 닥쳐올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새정부를 선출하는 과정이 우리의 ICT 경쟁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장이 돼야 한다”며 “그 출발점이 ICT 거버넌스를 새롭게 확립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IT품목 세계 시장 점유율 추이 (단위:%)

자료:정부 `대한민국 4년의 변화와 성과`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 추이 (단위:만명)

자료:정부 `대한민국 4년의 변화와 성과`

[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효율성도 비전도 없다,,,IT시계 거꾸로

[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효율성도 비전도 없다,,,IT시계 거꾸로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