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줄어든 전신주 등 유지보수 예산...전기사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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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재무구조 악화를 이유로 최근 4년간 배전부문 유지보수 예산을 30%가량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주·변압기·전신케이블 등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배전부문 예산이 줄면서 전기안전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줄어든 전신주 등 유지보수 예산...전기사고 위협

지난해 6월 서울 사당동 주택가에서 전신주 3대가 쓰러져 7시간가량 인근 주택 1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사당동 전신주 사고현장 .
지난해 6월 서울 사당동 주택가에서 전신주 3대가 쓰러져 7시간가량 인근 주택 1000여 가구가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시민이 인터넷에 올린 사당동 전신주 사고현장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배전분야 소모품 교체나 복구·정비 등 유지보수 예산(수선유지비)을 지난해 7303억원에서 4%가량 줄인 7049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8년 9588억원이었던 유지보수 예산을 4년간 연평균 8%씩 총 2539억원을 축소했다.

한전은 매년 경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유지보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노후 시설물에 대해서는 수년째 예산을 줄이고 있지만 큰 문제없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에서 유지보수공사를 수주하는 전기공사업체는 매년 축소되는 예산 때문에 공사물량이 줄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후 시설에 따른 전기안전 사고 대책도 명확하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방의 한 전기공사업체 사장은 “지난해 매출은 15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지만 인건비·자재비·야적장 등 고정비는 늘고 있다”며 “예산이 줄어든 만큼 단가계약 공사업체의 의무규정 완화 등 협력사를 위한 대책 마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년 단위로 한전과 계약하는 전기공사업체는 무정전전공 4명·배전전공 6명·지중전공 2명·현장대리인 1명 등 직원 13명을 공사물량과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특히 한전 자산인 전신주나 각종 장비 등을 보관하는 야적장까지 보유해야 한다.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축소는 길거리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설비에 대한 투자 감소로 설비 부실과 노후 전신주를 양산해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서울 사당동과 12월 서울 화곡동, 지난 20일에는 부산 괘법동의 전신주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낡은 전신주가 전선과 변압기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업체 관계자는 “한전 적자부담을 전기공사 협력사에 그대로 떠넘기는 것으로 결국에는 차기 한전 사장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대형사고)을 넘기는 셈”이라며 “예전 같으면 했어야 할 공사를 하지 않은 만큼 이에 따른 명확한 근거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사당동 전신주 사고 이후 전국 830만개 전신주를 조사한 결과 즉(즉시 해결)·급(2개월 내 해결)·완(6개월 내 해결) 등 불량 판정을 받은 1만3000개를 대상으로 내달까지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한정된 예산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공사는 임시조치 등 순차적 진행해 (사고발생)문제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배전 수선유지비 예산 현황(2008년~2012년)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