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업이나 일을 추진할 때 빠지지 않는 사자성어가 있다. 초심불망((初心不忘)이다. 처음에 다진 마음을 끝까지 잊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든 출발선 앞에서는 겸손해진다. 새로운 목표는 희망을 갖게 한다. 희망은 또 긍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다.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초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애초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싶은데도 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겨 내려면 첫 출발선에서 다짐했던 겸허한 마음을 되새기는 것 뿐이다.
총선이라는 국가적 대형 이벤트가 눈앞에 다가왔다. 정가는 선거구 획정이나 공천 등을 놓고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 현직 국회의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건도 발생했다.
안타깝다.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입법 기관이다. 가장 깨끗하고 투명해야 할 국회에서 의장이 되기 위해 당원들에게 돈을 뿌렸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던 초심을 내팽개친 결과물이다.
다음 달이면 총선전에 접어든다. 이미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 건물 곳곳에 총선 후보자를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사람 왕래가 많은 건물이나 길거리에는 후보자들이 직접 나서 명함을 돌리며 자신을 알리기에 바쁘다. 허리를 최대한 낮춰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모습은 선거가 끝나면 찾아볼 수 없다. 겸손한 후보자들은 온데 간데 없고, 국회 의사당에서는 고성과 몸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대한민국 국회는 65년 역사를 갖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모두 나서 초심과 혁신을 강조한다. 하지만 초심과 혁신이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자신, 정치권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