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게시물을 심의하고 문제가 있으면 인터넷 사업자에 삭제 등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건전한 통신 윤리` 함양을 위한 정보의 심의 및 시정 요구가 방심위 업무로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건전하지 않은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 법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실상 검열이란 비판이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주 방심위의 인터넷 심의 및 시정 요구 업무는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작년말 헌재가 트위터를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93조에 한정 위헌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된다.
헌재는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한 규제는 보다 엄격하게 이뤄져야 하나 (문제가 된 법 조항은) 다양하고 일반적인 주제들을 포괄한다”며 두 판결이 충돌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궁금한 점 두 가지. 정치적 의사 표현만 중요한가. 오늘날 기업도 사회에서 정치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정 기업이나 제품·서비스를 비판한 글에 대해 기업이 삭제 요청을 지속한다면? 개인이 조직화된 기업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표현을 위축할 여지는 충분하다.
또 하나는 말 안 먹히는 외국 기업이 주도하는 SNS는 놔 두고, 말 잘 듣는 국내 인터넷 업계만 계속 규제하는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해당 정보 삭제나 해당 통신망의 이용 제한에 국한`된다고 봤다. 다른데 또 올리면 된다는 것인데, `그럼 해외 서비스 쓰면 되겠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자뿐일까.
헌재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인터넷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는 늘 있고 이를 구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생태계의 자정을 좀처럼 기다리지 않는 정부나 사법부의 판단은 늘 아쉽다.
현 시점에서 최선은 심의가 명백한 범죄가 아닌 자유로운 표현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 그것을 감시하는 시민의 노력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