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원장
지난 1월 무역 수지가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이란 발 국제 유가 상승 조짐은 경기 회복에 봄바람 대신 찬물을 뿌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고려해 낮게 책정했던 성장률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라 하겠다.
꽁꽁 언 경기를 녹여 기존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바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그러한 봄바람이라고 하겠다. ICT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산업이다. 다른 산업과 만나 그 부가가치를 더 크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한 예로 조선 산업을 들 수 있다. 우리 조선 산업은 2000년부터 줄곧 세계 1위를 고수해 왔다. 그러다 저가 수주와 설비 확장으로 추격해오던 중국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ICT 융합이라는 비밀병기가 있었다. 통신융합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디지털 선박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동안 항해 중에 작은 고장이 생기면 헬기를 띄워 수리해야 했으나, 지능형 디지털 선박은 원격으로 가능케 함으로써 유지보수 비용을 대폭 절감해준다. ICT와 조선 산업이 만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도 확보한 사례라 하겠다.
농업 분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경남에 있는 한 파프리카 농가의 이야기다. 파프리카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온도와 습도를 맞춰 주는 일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온습도 관리시스템을 적용한 다음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온습도 관리는 물론 농장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통해 24시간 생중계로 해 주니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이다. 작물의 생육 과정을 언제든지 지켜볼 수 있으므로 믿을 수 있고, 바이어의 출장비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매력적인 농장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덕분에 한 농가에서만 12억원을 수출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처럼 ICT 융합에 경계가 없다. 농업, 섬유, 철도 등 ICT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 어떤 산업과도 만날 수 있다. 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우리의 탄탄한 제조업 노하우에 ICT의 강점을 더한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화가 바로 새로운 성장동력이요, 경기를 따뜻하게 덥혀줄 봄바람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세계 ICT시장이 4.6%대 성장을 할 때 ICT융합 시장은 2020년까지 10%정도 성장 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성장성도 큰 분야다. 부디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해서 우리 경제를 활짝 꽃피우는 봄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kwchu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