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다가 '격뿜' 했어요", 대체 무슨 뜻?

[인터넷 이디엄] <84> 격뿜

`격하게 뿜었다`의 준말.

보통 인터넷에서 `뿜었다`는 예기치 않게 웃기거나 황당한 글·그림·상황 등을 만나 자신도 모르게 그런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상황을 뜻한다.

만화나 코미디 영화 등에서 등장 인물이 웃기거나 당황스런 말을 들었을 때 `푸?!`하며 마시던 물을 뿜는 상투적 장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심하게 웃기거나 당황스러워 보다 강도 높게 뿜을 때 `격하게 뿜었다`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만화나 영화의 클리셰 장면을 따와 `뿜었다`는 말을 쓰다 차츰 표현의 인플레가 일어나면서 `격하게 뿜었다` `격뿜` 등의 표현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격하게`는 최근 인터넷에서 `매우`나 `심하게` 정도의 뜻으로 즐겨 쓰이는 표현이다.

인터넷 게시판의 유머 게시물을 소개하며 `오늘 이거 보고 격하게 뿜었습니다`라고 하거나, 트위터나 블로그에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황당한 논리를 접하고 분노가 들었을 때 `이 글 보고 격뿜했다` 등으로 표현하면 적절하다.

인터넷에는 당신을 격뿜하게 할 온갖 유머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니, 웹 서핑을 하며 시간을 죽일 때는 되도록 커피나 물을 멀리 하도록 하자.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세차게 밀어 내다`라는 `뿜다`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다. 다만 본래 `뿜다`는 `향기를 뿜다` `독을 뿜다` `기쁜 웃음을 뿜다` 등에서 보듯 다양한 대상과 감정에 쓰는 표현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웃기거나 황당한 사안, 분노를 일으키는 것 등에 주로 쓰인다.

웃기다는 의미의 `뿜다`는 방송계에서 많이 쓰는 `빵 터졌다`란 표현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주장을 보고 흥분해 분노하거나 반론 글을 쏟아낸다는 의미의 `격뿜`은 `열폭`(본지 2010년 8월 20일자 27면 참조)과 유사한 면이 있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신문 보다 말고 왜 그러세요?

B: 기사에 나온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권`이란 말씀에 격뿜했습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