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디에나 존재한다(Google Everywhere)`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폐막한 MWC 2012에서 구글은 `전시 참가자`를 넘어 `전시 주최자`였다. 행사 기간 내내 구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전시회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구글 부스에 전시된 수많은 안드로이드폰과 애플리케이션, MWC 전시장 곳곳에 넘쳐나는 안드로이드 인형과 로고는 구글이 현 모바일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구글이 원한대로 일단 모바일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조성됐다. 앞으로 생태계를 어떻게 키워나가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MWC 2012 구글 전시·발표 내용과 지난 28일 진행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기조연설을 통해 `구글의 미래`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엿봤다.
◇모바일 퍼스트 전략 성공=슈미트 회장은 2010년 이후 2년 만에 기조연설자로 MWC를 다시 찾았다. 2년 전 같은 자리에서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외쳤던 슈미트 회장은 “안드로이드가 모든 곳(every pocket)에 존재할 것”이라며 모바일 전략의 완성을 예고했다.
그가 강조했던 모바일 퍼스트 전략은 성과를 거뒀다. 구글 부스에 전시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안드로이드폰은 모바일 퍼스트 전략의 결과물이다.
구글은 이를 자랑하려고 작심한 듯 안드로이드폰을 그대로 두지 않고 트랙을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형태로 전시했다. 마치 방문객에게 “어떤 제조사, 어떤 단말기인지는 알려하지 말고 그저 수많은 안드로이드폰이 있다는 것만 명심하라”고 주문하는 듯했다.
구글은 올해 최신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과 안드로이드용 크롬으로 더욱 굳건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조연설 현장에서 갤럭시 넥서스로 시연된 안드로이드용 크롬은 청중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박수를 받았다.
슈미트 회장과 함께 나와 크롬을 시연한 휴고 바라 구글 안드로이드제품 개발 담당이사는 “안드로이드용 크롬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브라우저 창을 띄운 상태에서 가로세로로 창을 전환하는 기능, 노트북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보던 홈페이지를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이어서 볼 수 있는 N스크린 기능 등이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구글=구글에게 있어 인터넷(웹)과 기술은 하나의 수단이라기보다는 구글 그 자체다. “인터넷과 기술이 전기처럼 그저 우리 일상 생활 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슈미트 회장의 말은 “구글이 생활 어디에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3억대가 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개통됐지만 아직 구글에게는 빈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 슈미트 회장은 “구글 검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지구상에 50억명이나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년간 휴대폰 속도가 20배 빨라질 것”이라며 “이는 400달러짜리 휴대폰을 20달러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구글의 현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안드로이드가 모든 주머니에 있을 것”이라는 게 슈미트 회장의 예상이다.
지금도 매일 80만대가 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가 새로 개통되고,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다운로드된 앱 수는 1월 현재 110억개에 이른다.
◇구글의 미래는=슈미트 회장은 기조연설 후 40분 가까이 청중들로부터 20개가 넘는 즉석 질문을 받아 일일이 답했다. 하고 싶은 말만하고 사라지는 보통의 글로벌 기업 CEO 기조연설과는 달랐다.
구글 비즈니스에 관한 질문은 물론이고 후진국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 정부의 인터넷 규제정책, 개인정보관리정책 등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다. 구글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인 동시에 정보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소비자들이 구글에 갖는 관심 영역이 넓다는 것은 구글에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구글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혁명에 가까운 서비스를 내놓을 것을 요구받는다. 게다가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슬로건때문에 영리행위 중심 접근방법을 취했다가는 자칫 `사악해졌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구글로서는 지난 10여년간 성장을 보장해준 혁신 기업이라는 보호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업 고유 목적인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MWC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 구글이 향후 5년 내에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걱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5년 뒤 구글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또한 없다.
슈미트 회장은 “(웹과 모바일 환경이) 새로운 디지털 카스트 제도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인터넷이 모든 이들에게 연결되고 그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 소외계층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소통돼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당연한 얘기다. 이를 슈미트 회장이 얘기한 것은 결국 새로운 안드로이드 시장을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추정한대로 50억명이라는 새로운 소비자가 구글을 기다리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더 넓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 단순하지만 확실한 구글의 미래 전략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