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주 웹툰 23편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했다. `학교폭력`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만화에 대한 인식부터 `법적 제재`를 앞세운 태도까지 낡고 뒤떨어졌다. 몇몇 웹툰에 청소년 접근을 차단한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방대한 인터넷 콘텐츠 가운데 유해물을 가려내 차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가 이렇게 도끼눈을 뜬 것은 `우리도 뭔가 한다`는 요식처럼 보인다.
사실 방통심의위원 아홉 명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전문가`도 아니다. 검사 출신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법률가, 언론인, 대학 교수로 구성됐다. 이렇다 보니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은 `더 파이브`, 문화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웹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의령수` 같은 웹툰까지 유해물로 지정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다. 젊은 창작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문화콘텐츠 시장과 산업도 소침한다.
명료한 법적 기준조차 없이 이렇게 결정해선 곤란하다. 심의위원별 취향에 따른 `자의적 판단` 개연성이 크다. 인터넷 표현물의 유해성을 `막연히 의심`하거나 `유해할 가능성`을 내세워 제재하는 게 헌법을 위배한다는 2002년 헌법재판소 판결도 잊은 듯하다.
만화를 보는 방통심의위 시각은 `천국의 신화` 사태를 빚은 15년 전 그대로다. 당시 만화는 대본소 시절을 간신히 탈출했지만 정부 규제로 산업으로 크지 못했다. 웹툰이 모처럼 만화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참에 정부가 똑같은 오류를 되풀이 한다. 만화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의 주요한 원천이다. 그래서 선진국도 산업으로 대접한다. 한류 등 `콘텐츠 산업 육성`을 내건 우리 정부만 거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