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커집단 어나너머스의 공격이 잇따르는데다 보안업체 전산망도 해킹 공격에 줄줄이 무릎을 꿇으면서 해킹 피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샌프란시스코의 컴퓨터 보안전문가회의(RSA)에는 해킹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보안 소프트웨어 구입을 고려 중인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RSA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지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록히드 마틴사의 시스템 보안을 맡았다가 해킹 피해를 봤던 보안기업 RSA의 대표 아트 코비엘로는 해킹 사실을 시인하며 자사의 피해가 적들에 대한 위기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RSA뿐 아니라 미국 인터넷 인프라업체 베리사인(Verisign)도 지난 2010년 해킹 공격으로 데이터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보안업체 시만텍(Symantec)도 데스크톱 컴퓨터에 원격 접속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도난당한 바 있다고 시인하는 등 유력 보안업체까지 잇따라 해킹에 구멍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절망적인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코비엘로는 한 설문조사에서 70%가량의 직원들이 소셜 네트워크나 스마트폰 사용을 위해 회사 규칙을 위반했다고 시인했으며 이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또 사내 컴퓨터 통신망에 대한 감시와 분석을 강화함으로 "위험을 허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나마 좋은 소식 중 하나는 국가 전체가 이제 해킹 피해의 심각성과 현재의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NG 그룹 NV의 보안관계자도 일부 업체들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해킹 피해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한편 이번 RSA 회의에서는 해킹 피해에 대한 위기감 고조에 따라 미 국토안보부(DHS)와 국가보안국(NSA) 가운데 어느 곳이 은행과 공익사업체 등의 보호에 책임이 있느냐는 토론도 활발히 이뤄졌다.
또 범죄자와 스파이 등의 해킹 공격으로부터 미국 기업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률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