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2’(이하 MWC2012)의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이동통신사도, 스마트폰도 아닌 차세대 윈도 운영체제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 1일 ‘윈도8 컨슈머 프리뷰’를 발표하고 관심이 있는 모든 이용자가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이다.

윈도8 컨슈머 프리뷰는 preview.windows.com을 통해 내려 받을 수 있고 현재 영어, 중국어(간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로 제공되고 있다. 언어에 따라 용량 차이는 있지만 32비트 버전은 약 2.5GB, 64비트 버전은 약 3.3GB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윈도7이 잘 돌아갔던 컴퓨터라면 이상없이 작동한다고 밝히고 있다.
■ 직접 설치해 보니… “시작 메뉴 어디갔어?”
윈도8 컨슈머 프리뷰 64비트 버전을 LG전자 일체형PC ‘V300’에 직접 설치해 보았다. 인텔 코어 i5-2410M(2.3GHz) 프로세서에 메모리는 DDR3 4GB를 달아 윈도7 실행에 전혀 지장이 없는데다 적외선 2점 멀티터치까지 지원해 윈도8을 돌려보기에도 적절하다. USB메모리에 설치 파일을 복사한 후 설치하면 약 1시간 만에 설치가 완료되며 간단한 등록 과정을 마치면 설치가 마무리된다

설치 과정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타일 모양 ‘메트로 인터페이스’다. 지난 2011년 말 국내 정식 출시된 ‘노키아 루미아710’과 똑같은 인터페이스다.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 아이콘 안에 각종 정보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지난 2011년 9월 개발자를 대상으로 배포되었던 ‘윈도8 개발자 프리뷰’와 비교하면 아이콘이 상당히 정돈되었다는 인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995년 윈도95 이후로 줄곧 화면 왼쪽 아래를 지키고 있던 ‘시작메뉴’가 완전히 사라졌다. 2011년 9월에 배포되었던 윈도8 개발자 프리뷰 버전에도 상당히 축소된 형태로 포함되어 있던 시작메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키보드의 윈도 키를 눌러도 타일 모양 화면만 나타난다. 17년 만에 시작 메뉴가 퇴출된 셈이다.


윈도8 컨슈머 프리뷰의 용량은 3.3GB지만 설치를 마치고 나면 윈도8 시스템 파일만 거의 40GB 이상 이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윈도7의 2배 이상이다. 왜 이렇게 많은 용량을 잡아먹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다양한 장치를 기본 제공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 있다. 실제로 사무실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종 프린터를 별도 드라이버 설치 없이 알아챘고 인쇄도 정상적으로 가능했다.
■ 터치·소셜 품고 나니 “윈도폰과 판박이”

시작 화면부터 ‘터치’를 내세우는 윈도8. 불편하지는 않을까? 화면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슬라이드하면 프로그램 전환이 이뤄지고, 오른쪽 끝에서 왼쪽으로 슬라이드하면 메뉴가 나타난다는 사실만 알면 조작은 간단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을 실행하고 손가락으로 확대·축소하면 페이지가 깨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확대된다. 검색어나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려고 하면 어느새 스크린 키보드가 나타난다.

트위터·페이스북·링크드인처럼 여러 SNS 서비스도 기본으로 지원한다. 여러 서비스 계정만 등등록하면 친구들의 일상을 넓은 화면에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서 매우 편리하다.
■ ‘N스크린’ 앞세운 4세대 윈도, 너무 늦었나?
오는 하반기에 발매될 윈도8은 윈도 역사상 처음으로 데스크톱PC·태블릿·스마트폰에서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보여 주는 진정한 ‘n스크린’ 운영체제가 될 전망이다. 처음에는 윈도폰에만 쓰였던 메트로 인터페이스가 태블릿과 데스크톱PC로 옮겨간 것.

한국MS 관계자 역시 “타일 모양으로 배열된 ‘메트로’(Metro) 인터페이스는 원래 윈도폰 7.5에 도입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이 인터페이스가 태블릿과 데스크톱PC에도 쓰인다. 이것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기기를 번갈아 사용하는 N스크린 환경에서 통일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N스크린 전략의 한 축인 윈도폰은 국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들어온 노키아 루미아710은 XBOX360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프로모션까지 진행중이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국내 애플리케이션이 워낙 적은 데다 ‘킬러 앱’으로 꼽히는 카카오톡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2년 3월 2일 현재 루미아710은 온라인에서 기기값 3만원, 가입비·채권보전료·유심비용 면제 조건으로 판매되는 지경이다.
■ “윈도8 덕에…” 일체형PC 웃는다?
한편 터치 인터페이스를 품은 윈도8이 하반기 발매를 앞두고 PC업계는 기대가 크다. 터치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힘든 조립PC보다 완제PC가 윈도8에 더 적합하다는 계산에서다. 인텔 차세대 프로세서인 ‘아이비브리지’도 6월경에 출시될 것이 확실시 되는데다 하드디스크 대란도 6월 이후 진정된다는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윈도8과 더불어 변화하는 주거 환경도 일체형PC에 우호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난 2000년 220만 가구에서 2005년 317만, 2010년에는 410만 가구를 넘어섰다. 결혼하는 연령이 높아지며 혼자, 혹은 두 명만 한 집에서 사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데스크톱PC 뿐만 아니라 HDTV·PVR 등 다기능을 소화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일체형PC의 수요가 자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 2011년 총 7만 대가 넘는 일체형PC가 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1만 6,175대, 2010년 5만 1,713대가 팔린데 이어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계 일체형PC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성장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일체형PC 시장은 39% 성장한 1,450만 대 규모였으며 오는 2014년에는 2,330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