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1년] 日 기업의 해법은 생산 거점 분산과 공격적 M&A

대지진은 일본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줬다. 지진 피해 지역 공장의 조업 중단으로 전자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탄탄한 공급망 사슬이 끊어진 결과다.

일본기업은 지진을 겪은 뒤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두 가지 해법을 내놨다. 생산 거점 분산과 공격적 인수합병(M&A)이다.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겨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M&A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소재에서 부품을 거쳐 완성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열도 내에서 처리하는 사례가 많았다. 끈끈한 협력 관계로 신뢰를 높이고 첨단 제조 기술의 해외 유출까지 막으려는 경영 방식이지만 지진으로 한계가 드러났다.

지진 이후 수많은 기업이 해외에 생산 거점을 늘렸다. 일본에서 전량 생산하던 기업도 줄줄이 고집을 꺾었다. 대표적 사례가 오는 4월 문을 여는 미쓰이금속의 초박형동박 말레이시아 공장이다. 초박형동박은 스마트폰의 필수 소재로 미쓰이금속이 세계 시장 90%를 차지하고 있다.

블랭크마스크 1위 호야도 전량 일본 생산 원칙을 깨고 싱가포르에 공장을 짓는다. 올해 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후루카와덴코 역시 광통신반도체용 레이저 부품을 중국에서도 만들기로 결정했다.

생산 거점 분산 이유는 위험 분산이다. 한 곳에 생산력을 집중하면 지진처럼 대규모 자연재해에 힘없이 무너진다. 센다 사다오 미쓰이금속 사장은 “장기적 안목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겠지만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생산 거점 분산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생산 거점 분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규 투자 부담을 져야 하고 대량생산 효과도 떨어진다. 니혼게이자이는 하마구치 노부아키 고베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생산량이 줄어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혁신이 없다면 일본 기업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해법인 M&A도 지진 이후 급속히 늘어났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M&A 규모는 10조5000억엔(약 146조4000억원)에 이른다. 2010년보다 60%나 증가한 금액이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려는 의도다.

도시바와 소니, 히타치는 중소형 LCD 사업을 통합했다. 르네사스와 후지쯔, 파나소닉은 시스템 LSI 부문을 합친다. 한국세에 밀린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지진 이후 경쟁력 강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해외 M&A도 70% 가까이 늘었다. 타케다제약은 14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스위스 제약 회사 나이코메드를 인수했다. 화폐처리기 업체 글로리는 800억엔(1조1160억원)을 투자해 영국 경쟁사를 샀다. 일본 전문가 87%는 올해도 해외 M&A 증가를 점쳤다.

도쿄(일본)=


지진 이후 주요 기업의 생산거점 이전 현황

자료:각사 종합

[동일본 대지진 1년] 日 기업의 해법은 생산 거점 분산과 공격적 M&A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