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그리운 공영방송

[ET칼럼] 그리운 공영방송

오죽하면 거리로 나섰으랴. 기자에 프로듀서(PD), 간판 뉴스 진행자까지다. MBC가 그렇다. 1월 30일 이후로 한 달을 훌쩍 넘겨 파업했다. 부장 이상 간부 8명이 합류하고, 보도국 기자 166명이 집단 사직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결연하다. 쉬 끝날 사태가 아니다.

KBS도 심각하다. 그제 오전 5시부터 총파업했다. 24시간 보도 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YTN마저 오늘부터 사흘간 파업한다.

이 정도면 동맹 파업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일을 멈춘 이유는 `낙하산 사장이 훼손한 공정 방송 복원`으로 모였다. “공정히 방송하지 못해 부끄러웠다”는 여러 기자·PD의 자괴가 파업으로 분출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두언·남경필 의원까지 MBC·KBS·YTN 등에 `낙하산 사장`이 내려앉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정 의원은 “(방송사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고 이런 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의원도 “국민의 것으로 돌려줘야 할 방송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이는 이 상황(파업사태)을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른바 `방송사 낙하산 금지법` 발의로 이어졌다. 정당에 가입했거나 대선 후보 선거대책기구에서 활동한 이가 MBC·KBS, 보도 전문 방송채널의 임원이 될 수 없게 하자는 게 핵심이다. 중앙행정기관·공기업·공공기관에서 임원으로 일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매우 현실적인 제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에 따른 편파·왜곡 방송 시비`를 얼마간 해소할 방안으로 보인다. 공론화해 사회적 합의를 꾀할 만할 가치가 있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MBC·KBS) 사장 선임부터 불신이 싹텄다”며 남경필 의원 발의에 공감했다. 여당의 자세가 이러하니 야당의 화답이 요구된다. 야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겠다. 여야가 정권 획득 여부를 계산하지 말고 `독립 공정방송 수호 체계`에 뜻을 모으는 게 옳다. 시청자, 곧 유권자가 그리되길 바란다.

이제 불공정 방송 논란의 당사자가 겸허히 시청자 앞에 나설 때 아닐까. 모르쇠를 잡거나 징계만으로 해결할 수위를 이미 지났다. 자신의 언행에 잘못이나 부족한 게 없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시청자는 논쟁 여지가 있는 문제를 공정히 방송해 달라는 바람을 담아 KBS에 수신료를 냈다. 권력에 경도돼 사회 문제를 회피하거나 감춰 달라는 게 아니었다. 자본에 휘둘리지 말라고 `방송문화진흥회법` 같은 MBC 공영 체계도 마련했다.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진흥하자”는 뜻(방문진법 제1조)이었다. 올곧아 믿음직한 공영방송이 사무치게 그립다.

이은용 논설위원 ey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