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1년] 위축된 일본 산업 `끝나지 않은 여진`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태국 홍수까지 겹치면서 경기 침체를 겪던 일본 경제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과 31년 만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등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전력난이 계속돼 건물 내부 조명을 소등하는 문화가 정착되다시피 했고 방사능 피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지진과 이에 따른 원전 피해, 태국 홍수로 일본 내 전자산업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 기업의 약진으로 세계시장에서 사업 위축을 겪어온 일본기업은 자연 재해까지 겹쳐 일제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진 피해를 입은 생산시설과 부품 조달 네트워크는 거의 복구했지만 전반적인 산업 위축으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대지진 발생 후 가정 및 사무용 전자기기 생산·수출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가정 및 사무용 전자기기 생산·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6.7%, 27.4% 감소했다. 3분기에 회복세를 보였으나 4분기 태국 홍수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과 수출 모두 다시 악화됐다.

무엇보다 대지진은 한국기업에 선두 자리를 내준 일본 전자업체들에 한층 악영향을 미쳤다. 부진했던 기존 사업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연 재해까지 입으면서 전반적인 사업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소니는 지진과 홍수로 9개 공장에서 220억엔 규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 재해와 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2011년 회계연도에 2200억엔 순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4년 연속 적자, TV 사업은 8년 연속 적자를 이을 전망이다.

파나소닉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가전 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약 8800억원 가량 이익이 감소했다. 지속적인 TV사업 부진에 슈퍼엔고까지 겹치면서 이달 결산 예정인 2011년 실적에서 4200억엔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샤프도 2900억엔 적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NEC는 1000억엔 적자 발생을 예측하고 세계적으로 1만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올림푸스는 지진과 태국 홍수 여파로 2011년 320억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일본기업은 지진과 홍수에 따른 피해를 이전 상태로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산업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새로운 여진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최근 주요기업들이 CEO를 전면 교체하며 경영 쇄신에 나선 것도 이의 일환이다.

소니는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이 물러나고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이 신임 CEO로 등극했다. 파나소닉은 오쓰보 후미오 사장이 퇴임하고 쓰가 가즈히로 전무가 새 CEO를 맡아 경영 쇄신에 나선다. 캐논은 지진과 홍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신규사업 육성과 세계 경기침체 대응 등을 위해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이례적 선택을 했다. 분식회계 사건을 겪고 있는 올림푸스는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신임 CEO 물색에 나선 상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