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11 총선 기간 중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이용자의 실명 인증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각 언론사에 요구했다. 공문까지 보낸 걸 보니 사후 제재의 근거로 삼을 모양이다.
당장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구시대 유물이 되어 가는 인터넷 실명제를 되살린 본뜻이 무엇일지를 두고 관련업계가 설왕설래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새 실명인증체계를 갖추기도 어려운 터라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얼마 전 인터넷·SNS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한 선관위다. 전면 허용과 실명제 요구가 배치된 나머지 혼란을 부추길까 염려된다.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보를 게시하는 형태의 사전선거운동`에 제한을 두지 말라 했다. 이메일 선거운동도 마찬가지다. 선관위도 이에 부합해 인터넷·SNS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했던 것 아닌가. 그랬던 선관위가 소셜 댓글 실명제를 요구한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얘기인가.
혹시 제재·단속 행정 편의 때문에 실명 인증을 요구했다면 곤란하다. 소탐대실이다. 선진적인 SNS 선거운동환경으로부터 뒷걸음하면 안 된다. 가뜩이나 검경이 헌재 판결과 상관없이 SNS에 도끼눈을 뜬 상황이다. 검찰의 허위 사실 유포자 구속 수사 서슬(방침)이 퍼렇고, 경찰은 SNS 여론조사를 내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 자체만으로, 이런 소식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누리꾼은 위축된다.
이럴 때일수록 선관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단속 의지부터 앞세울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선관위` 비전에 충실해 달라는 요구다. SNS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진 민주선거`를 구현할 열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