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MS도 애플도… ‘묶어야 산다’

지난 6일 인텔(www.intel.com) 엔지니어 팀이 꼭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올 한해 선보일 각종 기술들을 기자들에게 시연했다. 6월 출시가 유력한 차세대 프로세서 ‘아이비브리지’와 2세대 울트라북 관련 시연이 1시간 이상 이어지며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이미 발표는 되어 있었지만 잘 안 알려져 있었던 재미있는 기술을 볼 수 있었다. 폴 리체 이사가 ‘페어&셰어’ 기술과 ‘텔레포트 익스텐더’ 기술을 시연한 것.

■ iOS·안드로이드 앱 직접 개발한 인텔, 왜?

페어&셰어(Pair and Share) 기술은 애플 iOS 기기나 구글 안드로이드 기기, 그리고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쓰고 윈도7이 실행되는 데스크톱PC·노트북 사이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해 사진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폰과 구글 넥서스S에 페어&셰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행사장에 설치된 울트라북에 접속하자 세 장치에서 동시에 같은 사진이 나타난다.

▲ 스마트폰과 윈도PC끼리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
▲ 스마트폰과 윈도PC끼리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다.

텔레포트 익스텐더(Teleport Extender) 역시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기술인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그 사실을 윈도7이 실행되는 PC 화면에 직접 알려준다. 문자가 온 경우 간단한 답장도 가능하다. 윈도7 PC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텔레포트 익스텐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쓸 수 있다. 아이폰은 왜 빠졌는지 물어보니 ‘문자메시지 공유를 허용하지 않은 애플 정책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스마트폰 문자가 데스크톱PC에도 나타난다.
▲ 스마트폰 문자가 데스크톱PC에도 나타난다.

위 두 기술은 지금 당장 누구나 쓸 수 있고 무료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텔이 직접 iOS·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舊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리는 수고를 마다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유가 뭘까? 연결된 여러 기기들에서 동일한 환경과 콘텐츠를 접하게 하겠다는 의도란다. 바로 ‘N스크린’이다. 인텔이 올해 안에 아톰 프로세서를 얹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는 사실까지 염두에 두면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 ‘N스크린’ 먼저 외쳤지만 수세에 몰린 MS

한 사람이 N스크린, 다시 말해 PC·태블릿·스마트폰 등 여러 장치(화면)를 쓰는 시기가 온다는 사실은 이미 2년여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이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적으로 PC와 중·대형 서버가 허브가 된 상태에서 윈도 PC와 윈도 스마트폰이 엮일 것이라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주장하곤 했다. 윈도 운영체제 최초로 PC·태블릿·스마트폰에서 같은 인터페이스를 볼 수 있는 윈도8도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상태다.

▲ 윈도8은 인터페이스 통일을 이룩했지만 윈도폰 보급률은 낮다.
▲ 윈도8은 인터페이스 통일을 이룩했지만 윈도폰 보급률은 낮다.

하지만 윈도폰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리고, 데스크톱PC가 태블릿 때문에 잘 안 팔리는 탓에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윈도폰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수도 적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와 함께 쿼드코어 ARM 프로세서가 장착된 테스트용 시스템을 윈도8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지원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윈도폰 라인업은 다양해지지만 태블릿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 윈도폰 라인업은 다양해지지만 태블릿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윈도폰이 다양하지 않았던 2011년에 비해 올 한해는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MWC2012에서 노키아 루미아610·900, ZTE 오빗 등 새로운 단말기를 투입하고 지난해 인수한 스카이프 서비스를 윈도폰에 통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블릿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윈도7 태블릿 중 삼성전자 슬레이트7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 클라우드·메시징 모두 갖춰 여유있는 애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체가 모두 N스크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주하지만 애플은 아직 여유 있는 눈치다. 전형적인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를 내놓은 이후 이 2제품에서 얻은 노하우를 거꾸로 PC용 운영체제에 투입하고 있다. 터치패드에서 손가락만 놀려서 여러 프로그램을 한꺼번에 띄우는 기능은 아이패드에 있었지만 지금은 맥OS X 최신 버전인 라이온(10.7)에 기본으로 들어가고 있다.

▲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사진이나 문서를 주고받는다.
▲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사진이나 문서를 주고받는다.

아이패드 이용자가 맥북에어나 맥북프로로 옮겨와도 새 기능을 익히는데 드는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사진이나 문서를 여러 기기에서 동기화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무선으로 내려 받아 들을 수 있는 ‘아이튠즈 매치’ 등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도 구현해 놓았다. MS도 ‘스카이드라이브’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유기적인 작동이 불가능하다.

 ▲ 올 여름에 나올 맥OS X 업데이트에 무료 메시지 서비스도 추가된다.
▲ 올 여름에 나올 맥OS X 업데이트에 무료 메시지 서비스도 추가된다.

여기에 올 여름부터는 무료 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가 맥OS X에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통합된다. 이 서비스는 아직 베타 단계지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려 받아 써볼 수 있다. PC·태블릿·스마트폰 사이에서 자유롭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데다 통신 요금 이외에 따로 드는 돈이 없어 이동통신사 수익원까지 위협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이비브리지, 언제 나오나?

오는 4월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인텔 차세대 프로세서, 아이비브리지가 6월로 연기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애당초 아이비브리지는 ‘늦봄’(late spring)에 나온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봄’이라고 하면 3월부터 5월 사이 기간을 가리키지만 미국에서 ‘늦봄’이라고 하면 4~6월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행사장에서 만난 인텔 관계자 역시 “아이비브리지는 예정대로 나온다(on schedule)”고 답하고 출시 시점이 오는 6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컴퓨텍스2012’와 연계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때 업계에서는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 아이비브리지 샘플이 들어올 것이다’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로 보기 힘들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