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가 대세다. 남북한을 합쳐도 세계 인구의 1.3%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SW)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SW를 개발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 출시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국내 SW산업의 글로벌화 현주소를 살펴보면 대부분 제품이 내수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하고 난 이후에 해외 진출을 시작한다. 이때 일반적인 제품의 현지화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수출 목표 국가를 정한다 ②내수용 SW를 한 세트 복사한다 ③복사된 SW로부터 언어, 인터페이스 부분 등을 추출해 번역한다 ④동시에 수출을 위해 요구되는 기능을 변경 또는 추가 개발한다 ⑤번역 결과를 수정된 SW에 끼워 넣고 수출용 제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최소한 수출국 개수만큼 소스코드와 실행파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품질 이슈는 물론이고 추후 기능 추가 및 유지보수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결국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한계로 이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거나 실패사례로 남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선진 글로벌 기업은 어떠한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은 일반적으로 50~60개 언어로 제품을 현지화하고 있다. 때로는 2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많은 국가·언어권에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 북미와 유럽 등 SW 선진국에서는 SW 글로벌화 기술이 10여년 전부터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져 이미 기본적인 품질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선진 글로벌 기업의 성공사례로 본 SW 글로벌화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 초기부터 제품의 국제화 이슈에 신중하게 대응한다. 전략적인 글로벌 시장 출시를 위해 일반적인 SW 개발 과정에 더해 추가적인 글로벌화 기술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이는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적인 기반을 갖추는 국제화 단계, 이후 국제화된 SW에 실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현지 정보를 추가해 제품을 완성하는 현지화 단계로 구성된다.
둘째, SW 글로벌화 프로젝트를 `애자일(agile)`한 방법으로 수행한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은 변화무쌍한 시장과 고객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고객 만족과 비즈니스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산업계를 중심으로 그 효과가 널리 입증돼 실리콘밸리 IT기업 대다수가 애자일을 적용한다. 2012년까지 전체 SW 프로젝트의 80%가 애자일을 사용할 것이라는 가트너의 예측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셋째, 제품 개발 전 과정에 걸쳐 재사용성을 확대한다. 이때 핵심 자산 생성 및 효과적인 재사용을 통해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제품라인공학을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SW는 여러 국가·언어권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여러 버전이 하나의 제품군을 이루는 제품 패밀리의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각각의 국제 버전을 해당 제품군의 패밀리 멤버로 정의하고, 제품라인공학에서 제공하는 강력하고 구체적인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즉 국가·언어별 제품 간 공통점과 가변성을 식별하고 관리함으로써 제품 개발주기 전반에 걸쳐 재사용성을 확대해 품질과 생산성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처럼 선진 사례에 기초해 검증된 국제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글로벌 SW업계의 후발 주자로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블루오션` 창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이상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공학센터장 selee@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