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이달 수명 연장용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 발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중순 고속도로와 지하철 커버리지를 넓히고 전용 스마트패드 출시를 늘리는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내놓는다. 경쟁 서비스 롱텀에벌루션(LTE)이 이미 전국망을 갖춘데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새로 추진하기 힘든 정권 말이라는 점을 감안한 소극적인 정책이다. 실질적인 와이브로 존폐 여부는 차기 정권으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8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다음주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심사결과 발표와 함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활성화 정책 발표 시기는 곧 취임할 신임 위원장 의견 반영에 따라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는 3월 말 이용기한이 끝나는 KT·SK텔레콤 두 와이브로사업자의 주파수 재할당 심사를 최근 마쳤다. 지난달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청문심사를 진행한 뒤 사업자가 기제출한 투자계획서를 보완해 접수했다. 방통위는 이를 토대로 최종 재할당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재로서는 KT와 SK텔레콤 모두 주파수를 재할당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KT에 비해 가입자 규모가 현저히 적은 SK텔레콤에는 일부 회수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심사결과를 토대로 상임위원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며 “일부 대역 회수안도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사업자가 제출한 투자계획서를 반영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해 하반기 와이브로 기반 제4 이통사업자 탄생을 염두에 두고 와이브로-LTE 공진화 방안을 준비했지만 사업자 불발로 원점에서 정책을 재수립했다.

음성통화를 지원하지 않는 와이브로가 LTE와 동일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 힘든 점을 고려해 정책 방향을 다듬었다. 전국 주요 고속도로 와이브로 커버리지를 넓히고 인구 밀집지역 내 와이브로망을 보다 집중화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주요 고속도로 기준으로 KT는 80%, SK텔레콤은 20~30% 수준의 커버리지를 기록하고 있다. 국철 구간 등 일부 미흡한 지하철 와이브로 인프라도 확충한다.

와이브로 활성화의 또다른 걸림돌로 지적됐던 단말기 문제는 스마트패드 출시 확대를 유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단말 제조사가 가입자 부족을 이유로 와이브로 스마트폰 출시에 난감을 표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스마트패드는 LTE에 비해 저렴하고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특화상품으로 활용 가능하다.

각종 프로모션을 통한 와이브로 요금 인하도 활성화 정책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업계가 LTE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와이브로에 공격적인 투자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반영됐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정책 실패를 선언하는 것도 아닌 미온적인 정책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대규모 신규 투자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고, 반대로 현정권 내에서 정책 실패를 선언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상학 방통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내외부 의견을 수렴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 중”이라며 “최종 발표 시기와 내용은 신임 위원장 취임 후 확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