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회사들이 정부가 독려하는 동반성장 정책수준을 넘어 자발적인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이 되고 있다. 발전산업 특성상 발전소를 지어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관리에 꾸준한 기술개발까지 독자적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어서다.
발전회사들은 중소기업지원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기술 및 자금 지원, 경영 컨설팅은 물론이고 해외진출까지 돕는 폭넓은 지원을 펼치고 있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발전산업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립적 경쟁우위를 찾기보다 상생을 통해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종속적 개념의 협력과는 다른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상생을 넘어 함께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회사들은 사업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상생을 실천한다. 발전시설에 들어가는 부품과 장비들 대다수가 중소기업 제품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상승이 발전소 안정성과 효율성 향상과 직결된다. 상생 협력은 초기에 정부 정책과 공기업 평가를 위한 실적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발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너의 발전이 곧 나의 성장”=발전회사들은 경영지원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최적 발전설비 운영으로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손·발 맞는 중소기업과 `롱 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투명한 거래관계를 기본으로 동반성장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해외진출·인재확보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이 같은 지원은 결국 우리 발전회사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KOMIPO-Best 50`이라는 상생협력사 제도를 실천한다. 협력사 요구를 파악, 중장기 지원전략을 수립했다. 이 결과 테스트베드 제공, 연구시설 자재 공유, 경영컨설팅을 위한 `테크노 서포터즈` 등의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중부발전은 지금까지 20개 기업을 육성했고 2017년까지 50개 기업을 선정, 강소기업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서부발전은 연구개발 지원·기술개발촉진·판로개척·경영혁신·금융지원 등 5개 부문 29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소 그린파트너십`과 `테크노-멘토 사업` 등이 서부발전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서부발전은 협력중소기업과 성과공유로 창출된 기술료 일부를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성과공유기부제도를 실천하고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성과공유기부제는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중소기업과 사회에 환원하는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대·중소기업 간 상생실천에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나 전문기관과 협력한 사례도 늘고 있다. 남부발전은 산학 공동으로 `테크노-솔루션` 사업을 통해 대학 우수인력 및 기자재·장비를 활용, 협력사 우수기술을 사업화하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신뢰성 인증사업`은 협력사가 한국기계연구원 및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한국인정기구(KOLAS) 등 각종 인증을 받도록 지원한다.
남부발전도 `중핵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한다. 전문기관의 종합경영진단으로 맞춤형지원계획을 수립, 생산기반 구축부터 판로개척에 이르기까지 지원하는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다. 2007년부터 시행해 지금까지 9개 기업을 지원했고 올해에도 신규로 3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터보파워텍·정신기계 등 30개사를 지원 중이다. 이는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 애로사항을 청취해 사업에 반영하면서 이뤄졌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중소기업 방문은 애로사항 및 제작과정 문제점을 파악, 현장 애로사항은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시제품을 5개 사업소에 설치한 결과 국내 다른 발전사와 대기업에 납품하는 성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기술 지원은 필수=가장 대표적인 상생은 중소기업 우수한 기술을 발전사가 구매, 적용해 발전소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발전회사 입장에서 중소기업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거나 개발을 돕는 자금 지원만큼 실속 있는 게 없다.
발전회사들의 중소기업 현실에 입각한 다양한 기술 개발 지원으로 제품 국산화부터 발전소 건설까지 중소기업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동서발전은 기술을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해 그동안 해외에서 수입해오던 외산제품 1492개 품목 중 1차로 249개 과제를 선정, 현재까지 230개 기술과 제품을 국산화했다. 중소기업은 판로개척은 물론이고 추가 고용창출을 발생시켰다. 동서발전도 국산화에 힘입어 구매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중부발전은 해외 발전운영사업에 신흥기공 등 14개 업체와 기술을 공동 개발해 국산화하거나 정비사업 등에 참여시켜 중소기업 해외매출 증대를 견인했다. 실제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포집설비를 중소기업들과 함께 준공하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남겼다. 최근에는 초초임계압 화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 제작과 시공에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협력사 기술력 향상을 위해 73건의 공동기술개발을 지원했고 역으로 남부발전이 보유한 기술을 협력사에 이전해 최근 3년간 270억원의 수익을 발생시켰다. 이 중 성과급 2억7000만원을 협력사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성기건 등 남부발전-협력사 동반성장위원회를 결성, 에네스코 등 70개 협력사와 신기술 개발 및 핵심부품 국산화 연구개발에도 한창이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비엔에프 등 협력사의 우수한 개발품에 대한 해외전시회는 물론이고 약 14억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하는 등 판로개척을 도왔다”며 “사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한 기술 코칭 사업을 강화해 현실성을 높인 기술개발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나중을 위한 신기술 개발 지원도 주목할 만하다. 남동발전은 외부 전문가를 구성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기술적 문제 해결과 융·복합 기술개발을 돕는다.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 기술 컨설팅을 통한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온라인으로 제공해 이미 14개 기업이 도움을 받았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과 `중소기업 R&D 기획지원 및 연구개발 공동지원사업`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이 개발하고자 하는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타당성·시장성·사업화 전략 등을 KAIST의 우수 연구진을 활용, 연구개발(R&D)기획 단계부터 지원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동석 부장(팀장) dskim@etnews.com 조정형·박태준·함봉균·유창선·최호·유선일기자
지금 발전사는…사회적 공기(公器)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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