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인간 중심적 생산관리체계인 `도요타 방식(Way)`으로 극찬을 받았던 자동차 1위 기업 도요타를 뿌리째 흔든 사건이 발생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약 1000만대 리콜 사태를 맞았다. 이 사건은 `고품질에 안전하다`는 도요타 차의 신뢰를 일순간에 무너뜨렸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실과 일본 대표 기업 이미지를 실추한 사례로 일본 내에서도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세계 품질 1위 차의 몰락이었다.

도요타 몰락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브레이크 시스템 소프트웨어(SW) 결함 때문이었다. 작은 SW 결함 하나가 막대한 비용 손실과 함께 사회·국가적 경쟁력과 이미지 실추라는 사상 초유의 파장을 일으켰다.
오늘날 SW 산업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융·복합되어 활성화됐다. 이는 아무리 작은 SW 결함일지라도 전 산업에 걸쳐 막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제 SW 융·복합은 전 사업 분야에서 기존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해내는 핵심 성장 동력으로 간주된다. SW 융·복합 흐름에 발맞춰 세계 각국은 SW를 국가 경쟁력 핵심으로 규정하고, SW 품질 강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최근 안드로이드나 애플 등의 오픈형 SW 마켓플레이스 등장, 특히 애플의 `앱스토어`가 누리는 작금의 파워를 생각해 보자. 애플의 영광 역시 이미 존재하는 기술과 기능을 완성도 높은 고품질 SW로 구현해 얻은 대표적인 산출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SW 품질에 대한 투자나 관리보다 기능 구현에 좀 더 가치를 둔다. 오늘날 SW가 차지하는 산업 비중이나 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우리도 품질이 보장되지 않고는 기업이나 제품의 경쟁력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 SW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의 경우 SW 신뢰성 개선을 국가안보 미래 경쟁력 확보의 첫 과제로 삼는다. 지식생태계 조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전략` 등 범정부 차원의 국산 SW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및 지원을 활발히 진행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국산 SW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SW품질관리`를 핵심 가치로 보고 지원·투자를 가시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협회에 따르면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획득한 SW기업 가운데 품질보증(QA) 조직을 갖춘 기업이 7%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SW 기업이 품질관리를 위해 개발자와 테스터 비율을 1 대 1 이상으로 배정해 운영하는 데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일부 국내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SW 품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ISO 9001, CMMI 레벨3, 베리테스트(Veritest), GS 등 국내외 권위 있는 품질인증을 획득하고, 전담 조직을 통해 품질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품질에 대한 더 많은 노력과 기업 전체의 내재화 필요성이 절실하다.
정부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취약한 SW 기초 체력, 미흡한 SW 투자와 품질 제고의 인식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SW 업계 스스로 기업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외산에 앞선 제품을 제공해 건전한 순기능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는 SW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각 기업 환경과 실정에 맞는 품질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면 기업·산업·국가 경쟁력의 핵심 가치가 될 게 자명하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대표 dustinkim@tobe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