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화두다. 정부와 지자체는 벌써 몇 년째 일자리 창출에 올인 중이다. 일자리센터를 가동하고 취업박람회를 실시해 구인·구직자를 연결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창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인증하고 표창까지 준다. 심지어 기업을 유치해도 일자리 몇 개 늘리는 효과로 계산한다. 경제정책 방향을 일자리로 귀결시키는 것이 일상화했다.
체감 경기가 그만큼 차갑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실업률은 3.4%에 불과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두 자리 수를 넘어선다. 얼마전 한 일간지와 경제연구원이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지난해 실질 실업률은 11%대로 나타났다. 청년층 실질 실업률은 21.9%나 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그렇게 많은 일자리 정책을 쏟아 내는데, 이런 수치가 나오는 이유가 뭘까. 근본적인 문제를 접어둔 채 표면적인 수치 맞추기에 급급한 때문이다. `일자리 몇 개 창출`이라는 목표가 부추긴 결과다. 미봉책에만 매달려 왔다는 얘기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난리다. 이런 저런 행사에 참가해보고, 아무리 연봉을 많이 주겠다 해도 젊은이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대학 교수들도 학생들이 대기업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취업률 올리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학생들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중소기업을 목표로 비싼 등록금 내며 힘들게 공부하겠다는 학생이 적다. 열정적으로 꿈을 키워 온 학생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입사해 멋지게 살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잘나가도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이들에게 벌써부터 패배주의를 강요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참담할 뿐이다.
결국은 사회 프레임이다. 품질과 지속성 등을 고려치 않고 늘리는 일자리는 불균형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잡아줄 일자리 프레임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산학협력의 개념도 `학생들에게 취업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기업에 학생 유치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는 한 대학교수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일자리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장의 수확보다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는 투자가 아쉽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