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영 한국오라클 시스템사업부 부사장 booyoung.chun@oracle.com
최종 사용자는 성능, 기능, 안정성, 디자인, 가격 등의 요소를 고려해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부품이 몇 개나 쓰였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성능과 신기능, 안전장치, 디자인, 가격 등을 따질 뿐이다. 자동차 한대를 완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만개의 부품에 대해선 시시콜콜하게 따지며 신경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보다는 어느 브랜드에서 출시한 자동차인지가 더욱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신형 자동차 가치와 성능을 가늠할 때 완성차 브랜드가 가진 엔지니어링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수 없이 많은 종류 부품을 한치 빈틈없이 배치하고 조립해, 본래부터 하나였던 완성품처럼 만들어 주는 완성차 브랜드의 `엔지니어링 기술`은 그 자체가 핵심 기술에 속한다. 아무리 좋은 부품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조립해 낼 수 없다면 미완의 완성품이거나 불량품이 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수만개 부품으로 구성된 단순한 기계 뭉치를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이 최상의 성능으로 결합돼 완벽하게 성능을 발휘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는 다른 어느 제품 못지않게 단순한 물건일 뿐이다. 그 단순함 속에서 여러 부품들이 완벽하게 연동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엔지니어링 기술이다.
이런 트렌드는 전산실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여러 업체로부터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각각 구매한 후 통합해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스템과 서비스가 증가할수록 복잡성과 운영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전산실을 구성하는 시스템과 조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복잡성 해결`을 외친다. 정보기술(IT)을 통해 비즈니스 생산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비즈니스 통찰력이나 유연성은 심각하게 낮아졌다. IT가 자체 복잡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업 핵심 비즈니스마저 복잡하게 얽혀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 일상 속의 자동차처럼 이제 IT에서도 단순함이 실현돼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그것을 구성하는 부품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소비자들처럼 이제 기업들도 필요한 완성품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운영만 잘 하면 되는 시대를 살아가면 된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부품에 해당하는 SW와 HW가 가진 수많은 기능에 대해 더 이상 자세하게 알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것들을 사용하기 위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공부하거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교육받을 필요도 없다.
사용자는 이제 원하는 기능과 성능을 낼 수 있는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잘 활용해 비즈니스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된다. 복잡한 구성 요소와 그것의 연관성에 대해 더 이상 관심 가질 필요가 없는 시대, IT 근간을 이루는 SW, HW,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하나가 돼 시동만 걸면 작동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다.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미리 통합해 튜닝하고 테스트까지 마친 후 최적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완성품 형태로 공급한다. 빠르고 쉬우면서 위험요소는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엄격하게 통합된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최상의 효율성, 단순성, 관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것은 IT 복잡성을 줄이는 의무가 최종 소비자가 아닌 그것을 공급하는 벤더의 몫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엔지니어드 시스템이라는 완성품이 주는 최종 성능과 안정성, 가용성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