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한심한 대결 "서로 내가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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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SK텔레콤 통신 업계 대표주자가 매출 순위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SK텔레콤이 순수 유무선 통신 매출 업계 1위라고 발표하자 KT가 즉각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14일 SK텔레콤은 하성민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CEO와 구성원의 3년의 약속 행사`를 열고 `2011년 유무선 통신서비스 대표영역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3년 전 유무선 통신 서비스 대표영역 1위라는 목표를 세운 후 KT와 매출 격차를 줄여나가 2011년 기준으로 처음으로 매출 1위를 달성했다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은 대외용으로도 공식 발표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브로드밴드미디어, SK텔링크 등 통신 관계사 순수 통신서비스 매출을 취합한 결과 총 13조4990억원으로 KT(KT파워텔 추정치 포함) 매출 13조3602억원을 추월했다고 주장했다. 내부거래와 단말·부동산·전용회선·SI 매출 등은 제외됐다.

KT는 발끈했다. KT는 지난해 통신서비스 매출은 14조6778억원으로 여전히 업계 1위라고 주장했다. SK와 마찬가지로 미디어 분야 계열사 스카이라이프 매출을 더하면 총 15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KT는 덧붙였다. KT는 △통신서비스 기본요소인 전용회선 서비스 제외 △KT그룹 대표 통신계열사 KT네트웍스 통신부문 매출 배제 등은 통신산업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KT는 의도적 왜곡에서 비롯된 수치를 외부에 제공하는 행위는 통신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범정보통신기술(ICT) 사업체로 도약하겠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하이닉스 인수 및 SK플래닛 분사와 관련해)

“글로벌 ICT 컨버전스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 (이석채 KT 회장, 옛 KT·KTF 합병 후 그룹 컨버전스 경영을 강화하며)

통신 양강의 의미 없는 `매출 1위` 공방은 앞서 최고경영진이 밝힌 재도약 의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두 회사 모두 컨버전스 시대에 종합 ICT 역량을 강화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는 ICT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해왔으나 `우물 안 개구리`마냥 쓸데없는 곳에 전력을 낭비했다.

양사 매출 1위 신경전은 지난 연말 시작됐다. 추정실적을 근거로 SK텔레콤 매출이 KT를 앞지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기대감과 방어심리가 동시에 작동했다.

이날 양사가 밝혔듯이 두 회사는 통신서비스 매출을 비교하는 잣대 자체가 다르다. SK텔레콤은 순수 통신매출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말, 통신SI를 제외했다. 3년 전에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며 수천억원의 전용회선 매출도 배제했다. 당시 SK그룹 전용회선사업은 SK네트웍스 소관이어서 통신계열사 매출로 집계되지 않았다.

반면에 KT는 토털 솔루션 형태로 융합화하는 스마트 시대에 IT서비스성 사업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용회선 역시 통신서비스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어느 쪽 주장도 맞고 틀림이 없다. 비교기준이 다를 뿐이다. 길이를 비교할 때 인치(inch)로 측정한 것을 센티미터(㎝)로 견줘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먼저 상대를 자극한 SK텔레콤에 1차 책임이 있다. `3년의 약속` 달성을 기념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누구나 논란을 예상할 만한 내용임을 감안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KT 역시 `의도적 왜곡` `통신산업 몰이해` 등 자극적인 문구로 대응한 것은 자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말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산업이 위기 국면이라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국내사업자 역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벌어진 통신 양강의 자존심 대결은 국내 통신산업 발전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주변 반응이다.


KT-SK텔레콤 실적 비교

SKT-KT 한심한 대결 "서로 내가 1위"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