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막말하는 수취인

“당신 병신이야? 대답해… 길도 모르는 게. XX.” 택시 막말녀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50대 택시운전사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자녀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면서 영상이 퍼졌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성토의 글과 함께 신상 털기까지 이뤄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고객을 만나는 택시운전사들은 이런 `진상고객`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있다. 심할 경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택시운전사가 그렇듯 수 십 명의 고객을 만나야 하는 집배원도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배원이 하루에 배달하는 물량은 도시와 시골이 차이가 있지만 평균 2000통 이상이다. 광화문우체국 집배원의 경우 하루에 4000통 가까이를 배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배달하면서 집배원들도 고충을 겪고 있다. 법원에서 보낸 우편물은 거부당하기가 일쑤다. 독촉장이나 소송과 관련된 우편물은 본인에게 전달해야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도로 가져가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집배원이 사정을 얘기해도 욕설을 하며 협박을 하기도 한다.

소포나 택배를 배달할 때도 어려움이 많다. 보내는 사람이 포장을 꼼꼼히 하지 않아 발생한 약간의 파손에 대해 부주의하게 다뤘다며 막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시에 배달했음에도 `왜 이렇게 늦게 가져왔느냐`며 큰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집 안까지 옮겨달라는 경우도 있다. 쌀이나 과일처럼 무거운 소포나 택배를 주방까지 가져다줄 것을 반말을 섞어가며 당당히 명령하기도 한다.

하지만 집배원들은 이러한 무리한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고 막말에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불만을 표출하며 맞대응할 법도 하지만 주민의 이웃으로서 우편물을 소중히 배달하는 것이 집배원의 소임이라는 것이다.

한 집배원은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택시막말녀처럼 상대를 무시하며 욕설이나 막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만 따뜻한 차를 건네는 고마운 고객을 생각하며 웃음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