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국격에 맞는 깨끗하고 건강한 정보화 사회를 위하여

안문석
안문석

최근 우리나라 국가 위상과 관련해 상반된 기사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이 연속 1위를 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질 평가에서 한국이 OECD 32개국 중 31위를 했다`는 기사였다.

전자정부 연속 1위는 최근 전자정부 예산이 크게 줄어 든 상황에서 이룩한 업적이어서 행정안전부 등 관련부처 공무원의 노고가 컸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힘든 일을 묵묵히 수행한 이 분야 관계자의 노고는 치하 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애플이 몰고 온 스마트폰시대의 위기상황도 슬기롭게 대응해 스마트폰 생산과 보급·이용 면에서 선두 주자 자리로 이동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기업도 칭찬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삶의 질 평가가 낮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눈에 띄는 현상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서 칭찬보다는 욕설이 난무하는 언어폭력 현상이다. 차분한 설득은 설 자리를 잃고, 짧고 감정적인 문구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신용카드가 남발되면서 카드의 편리성 때문에 자제력을 잃고 소득범위를 넘은 지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늘어난다. PC를 통해 집이나 직장에서 하던 증권거래가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 이 편리성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더 울릴지 모르겠다. 정보화 사회 견인차로, 창의력 원천으로 칭송 받던 컴퓨터 게임은 이제 중독이라는 부작용에 시달린다. 대문을 활짝 열어 두고 사는 인터넷 메일 시스템의 속성상 사이버 공간은 스팸메일과 바이러스로 오염되어 간다.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이들 현상 뒤에서 일부이긴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언어폭력과 무책임성 그리고 자제력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발견된다. 생각이 말을 낳고 말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낳고, 습관이 개인의 운명과 국가의 장래를 결정해 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정보화 사회는 깨끗하고 건강하고 서로가 서로를 보살펴 주는 가슴이 따뜻한 사회다. 우리 모두가 이 생각을 공유할 때 남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 뿌리를 내리고, 인터넷을 달구는 소모적인 논쟁의 대부분도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소득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출을 하지 않고, 증권시장 `단타` 매매와 같은 전문적인 투기꾼이 판을 치는 위험한 사이버 공간에는 접근하지 않는 절제된 행동도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청소년에게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스스로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청소년이 가질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지고 밝아질 것이다. 어느 겨울, 일본을 방문했을 때다. 추운 겨울에도 초등학생들이 모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유는 인내심을 키워서 학생들을 강하게 교육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일본에 사는 어느 한국인이 자기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긴 바지를 입혀 학교에 보냈다가 선생님의 호출을 받았다고 한다. 자제력과 인내심 훈련은 어렸을 때 시작해야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교실 청소조차 아이들 대신 엄마가 하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어떻게 어디서 자제력을 키울지 걱정이다.

품격 높은 언어 사용, 타인에 대한 배려, 각종 유혹을 억제하는 자제심,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내심은 깨끗하고 건강한 사이버 문화의 뿌리이고 사이버 공간의 소중한 덕목이다. 깨끗하고 건강한 사이버 공간은 우리나라를 전자정부 1등 국가 위상에 걸맞은 정보화 사회로, 삶의 질에서도 1등하는 국가로 만들어 줄 것이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