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2기 KT호 출범](상) 이제는 성과다

이석채 KT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KT가 민영화한 이후 CEO 연임은 처음이다.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은 2015년까지 3년 동안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2기 올레 KT호`가 출항한 것이다. 이 회장은 1기에서 새 비전을 제시하며 조직과 사업 체질 변화를 시도했다. 2기는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출발했다. 변화와 혁신의 CEO로서 진짜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기간인 셈이다. 이석채 2기 KT호의 과제와 전망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석채 2기 KT호 출범](상) 이제는 성과다

“통신시장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통신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듣는 이야기다. 농담 같지만 지금 통신업계 현황을 정확히 짚어낸 가슴 아픈 말이다. 통신은 정점을 찍었다. 그나마 무선이 버텨주지만 유선은 이미 먹구름이 자욱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무선통신 성장률은 올해 0.1%다. 숫자의 큰 의미가 없는 성장이 멈춘 시장이다. 유선통신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1%가량 역신장이 불가피하다.

유선의 지배적 사업자인 KT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다. 나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물러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사실 추락하는 KT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다. 이미 전임 남중수 KT사장부터 위기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거함 KT`는 “그래도 KT인데”라고 안도했고 조용히 KT호는 침몰 중이었다. 이석채 회장은 2009년 추락하는 KT에 승선했다.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제일 먼저 조직과 사업 체질을 혁신하는 데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공격적인 리더십으로 아이폰을 전격 도입하면서 모바일 시장을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스마트폰 2000만 시대`를 여는 기폭제를 만들며 국내 단말기와 서비스 수준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했다. 취임과 동시에 오랜 숙제였던 KT와 KTF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뉴 KT`를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합병이야말로 이 회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합병 후에는 안팎의 반대에도 직원 수 천명을 조정하며 공룡KT의 몸집을 가볍게 만들고 BC카드·금호렌터카 등을 인수하면서 `종합 컨버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조직 문화에서도 민영 기업이지만 아직도 공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KT에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다. 이 회장의 연임 성공은 이 때문이었다.

이석채 2기 KT는 1기의 연속선상이다. 1기 때 쏟아 부은 혁신과 체질 개선의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성과는 결국 실적이고 실적은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게 사실이다. 컨버전스와 비(非)통신을 앞세워 KT를 이끌었지만 아직 `확실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무엇보다 통신 시장이 포화로 접어든 만큼 기업 체질을 더욱 담금질해야 한다. 비통신 분야 주력격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더욱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무선 시장에서는 LTE 도입이 늦은 만큼 더 뒤처지기 전에 고삐를 바짝 죌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한다.

정체된 유선시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발등의 떨어진 불이다. 다행히 KT 내부에서도 이를 직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과거 주력이었던 유선 부문은 순익이 뚝뚝 떨어지는 등 지금 통신은 `탈통신`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취임 이후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서서히 성과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맥아더의 인천상륙 작전처럼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다음 먹을거리를 위해 투자하는 이상 확실히 KT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올해 민영화 10년, 설립 40년을 맞았다. 통신 시장 맏형인 KT에 2012년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 `이석채 2기 KT호`가 KT와 뉴KT를 가르는 분기점일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게 될지에 대해 산업계도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