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우 얼리어답터 콘텐츠팀장 블로그 `뽐뿌인사이드`(http://bikblog.egloos.com) 운영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니, 퀴즈다. 외산 스마트폰 출시 걸림돌인 `위피(WIPI) 의무탑재` 폐지, 역사적인(?) `아이폰` 국내 출시, 삼성전자 `옴니아2`와 `갤럭시S`의 출시일은 언제? 순서대로 2009년 4월과 11월, 2009년 10월, 2010년 6월이다. 길게 봐도 불과 2년 반밖에 안됐다. 올해 스마트폰 3000만 시대를 예상한다. 말 그대로 폭발적 성장세다.
매일 아침 출근길. 이어폰을 꼿은 사람 대부분들이 고개를 손에 쥔 스마트폰에 파묻고 끊임없이 손가락을 움직인다. 똑같은 모습은 조지 오웰 `1984`의 실사판이다. 아이들도 엄마 스마트폰을 갖고 논다.놀며, 노인들도 스마트폰을 얘기한다. 온 국민의 스마트(폰)화다.
기술엔 밝은 빛만큼 어둠이 있다. 잘 쓰면 원자력발전, 못쓰면 핵폭탄인 핵융합기술마냥, 스마트폰엔 장점만큼 단점이 있다. 장시간 사용은 건강 문제를 가져온다. 아이의 정상적 지능발달을 방해한다는 연구도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스마트하지 않은 일이 생긴다.
책을 읽은 게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사무실 밖에서 메일을 주고받고, 문서도 만드니 `스마트 워킹`이다. 스마트폰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일보다 놀이 비중이 큰 사람이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다. 새 기기에 마음과 시간을 뺏긴 경우가 꽤 많지만, 이처럼 강력한 기기는 역사상 없었다.
이것을 쓰지 않는 생활을 생각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계관처럼 기기에 지배 당하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은 것일까? 사실 스마트폰을 버려도 잃는 게 많지 않다. 카카오톡이 업무나 개인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게임하느라 뜬 눈으로 밤샐 일도 없다. 책을 읽고 자기계발 할 시간이 생기면 생겼지. 전국 어디서나 와이파이와 노트북 조합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지만 불편하기 때문에 하릴없이 인터넷 세상을 휘젓고 다닐 일도 없으니 좋다.
다행히 스마트폰 아닌 휴대폰은 효도폰만 남지 않았다. 그 옛날 모토로라 스타택은 음악이 아닌 `진짜 벨소리` 9개, 전화번호 저장 개수 딱 100개에 알람 기능도 없다. 그래도 펌웨어에 의한 버그 따윈 없다.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 전에 나왔지만 상대방 번호와 이름이 나온다. 오로지 성능으로 평가 받던 1999년, 기지국 없는 서해 최북단섬 연평도에서도 총 5개의 안테나 게이지 중 3개를 표시하며 통화했다. 툭하면 끊기는 스마트`폰과 달리 커뮤니케이션이란 본질에 충실하다. 첫 폴더폰이자 그립감을 위한 볼록한 뒷면 디자인, 폴더를 열 때 `짤깍` 소리는 여전히 `간지`를 인정받는다.
`나이키의 적은 닌텐도`인 것처럼, 머지않아 인간의 적은 스마트폰인 될지 모른다. 없어선 안 될 친구라고? 그렇다면 나쁜 친구다. 원래 나쁜 친구랑 노는 게 훨씬 재밌다. 나는 지금 이 친구와 절교를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