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올레경영 2기`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19일 기자간담회장. 그간 간담회에서 이 회장과 함께 연단에 올라와 사업 소개를 도왔던 주요 부문장들은 객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 회장은 이들 대신 KT가 인수했거나 설립한 중소 자회사 CEO들을 연단 위로 불렀다. 엔써즈, 유스트림코리아, 넥스알, 싸이더스FNH, KT이노츠 등 KT와는 규모도, 성격도 모두 다른 기업이었다. 이 회장은 이들이 KT의 새로운 미래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레경영 2기를 여는 이 회장의 새로운 시도와 고민이 동시에 드러난 장면이다. 지난 3년간 올레경영 1기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컨버전스 리더`를 외쳤던 이 회장은 앞으로 3년을 이끌 테마로 `글로벌 미디어 유통 그룹`을 택했다.
지난 3년간 컨버전스, 탈통신이라는 흐름 속에 힘든 사투를 벌여온 `통신`이라는 키워드는 아예 전면에서 사라졌다. 이날 공식 배표된 자료에서도 기존 KT의 유·무선 통신사업은 큰 축을 차지하지 못했다.
통신서비스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통신사업자 둘레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역설적인 상황. 그만큼 전통적인 통신산업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뜻이다.
2011년 KT 무선매출(이하 연결기준)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유선·인터넷전화로 구성된 전화매출은 같은 기간 12.1%나 떨어졌다.
올레경영 1기를 열 때도 그랬지만 2기에서도 이 회장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떨어지는 통신사업 매출을 상쇄할 새로운 킬러 아이템을 찾는 것.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서 1기 ICT 컨버전스 리더 때처럼 통신망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가상상품`을 들고 나온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통신망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앱을 유통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KT가 가진 강력한 유·무선 통신망은 이제 그 자체가 성장동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보조재가 된다. 화려한 주연에서 조연으로 역할이 바뀌는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KT-KTF 합병 2주년을 맞아 매출 1000억원 이상 올릴 수 있는 신규 아이템 10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그룹 매출을 40조원(2010년 현재 2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2015년 매출 40조원 목표는 올레경영 2기에서도 유효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신 매출은 소폭이라도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 비통신 분야 매출은 두 배가 넘는 고성장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스카이라이프, BC카드, KT렌탈, KT텔레캅 등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KT 본사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열사와 협력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물론 쉽지 않은 변화다. KT 주가는 지난 3년 사이 15% 이상 떨어졌다. 이 회장이 밝히는 사업 구상은 언제나 화려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에 미치는 CEO효과는 크지 않았다.
시장은 통신사업자의 변신을 기대보다는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번번이 발목을 잡는 통신요금 규제리스크도 걸림돌이다.
누구에게나 돌파구는 보이지만 실제로 돌파구를 여는 것이 어려운 게 현 통신시장이다. 이 회장이 올레경영 2기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자료:KT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