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이버공격] '충격'…알고보니 우리 아이가 사이버 범죄자?

해킹·DDoS·악성코드 30%는 10대 소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주요 청소년 사이버범죄 사건

청소년의 사이버범죄가 도를 넘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국가·공공기관 대상 해킹의 주범이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해킹수법은 전문가를 뺨친다.

[10대 사이버공격] '충격'…알고보니 우리 아이가 사이버 범죄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연령대별로 국내 인터넷 이용자중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중 십대가 75.8%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연령대별로 국내 인터넷 이용자중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중 십대가 75.8%로 나타났다

인터넷 공간에 해킹 방법과 도구가 넘쳐나는 것도 문제지만 판단능력이 약한 청소년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익명성` 뒤에 숨은 청소년 사이버범죄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청소년들이 왜 사이버범죄에 빠져드는지 그 행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14일 한 달 전 통합진보당 홈페이지를 해킹한 용의자를 잡았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 청소년이었다. 동갑내기 자취방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저질렀다고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다. 동기를 알아보니 정치색은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과 영웅심리였다.

지난 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또 한 번 떨게 만든 DDoS 공격. 2월 말 붙잡힌 혐의자는 뜻밖에 17세 고교생이었다. 동기는 앞 사례보다 황당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려고 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공격은 심각성이 더하다. 한두 명의 단순한 `객기`가 아니다. 초등학생 3명까지 낀 10대 청소년 7명은 여성부 안티카페에서 만나 공격을 모의했다. 게임 셧다운제 등 여성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추적을 따돌리려고 접속지를 외국으로 위장하는 IP변경 프로그램까지 썼다.

10대 청소년의 사이버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DDoS 공격 툴, 악성코드·바이러스 등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과 컴퓨터에 능숙한 10대가 늘어나는 추세를 지목했다. `사이버공격이 곧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도 큰 원인이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은 “미성년자라고 해서 법을 피해갈 수 없다”며 “사안이 심각하다면 구속, 수감도 가능한 만큼 인터넷 윤리교육을 강화해 사이버공격은 곧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호기심 차원 넘었다=경찰청이 적발한 사이버범죄 중 10대 청소년 비율은 3년 전 30%선을 넘긴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9년 사이버테러(해킹, 바이러스유포 등)로 검거된 3736명 중 10대 1141명(30.5%)였다. 2010년엔 전체 3370명 중 1062명(31.5%), 2011년엔 2711명 중 915명(33.7%)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한 해킹 도구를 이용해 보안이 취약한 영세 쇼핑몰·게임 사이트를 공격하거나 게임방을 돌아다니며 악성코드를 심어놓고 이용자 개인정보를 빼돌려 또 다른 범죄에 악용했다. 최근엔 여성부나 선관위 공격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기관이나 국회의원을 공격하는 `핵티비즘(Hactivism)`형 공격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이버 범죄 인식 전환 `시급`=10대 청소년 사이버범죄 증가는 범법 행위를 해도 추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 사이버범죄가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의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해 12월 10~50대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윤리문화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의 악성댓글 작성 경험이 48%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또 초등학생 악성댓글 경험자의 73%가 욕설·비속어를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성`을 방패로 삼은 청소년의 윤리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0대 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75.8%였다. 이는 나도 당했으니 똑같이 보복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죄의식 결여현상을 낳게 된다. 낮은 청소년 인터넷 윤리의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왕따, 욕설, 맞짱카페 활동 등으로 이어진다.

유진호 KISA 문화진흥단장은 “10대 악성댓글 경험자 42%가 단순히 재미를 위해 작성했다고 응답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며 “가정과 학교 등에서 초등학생부터 조기 인터넷윤리교육을 시행, 사이버범죄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티비즘이란?=해커(Hacker)와 정치행동주의를 뜻하는 액티비즘(Activism)의 합성어로 특정 정치·사회적 목적을 위해 컴퓨터서버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뜻한다. 금전적 이익을 위한 해킹이나, 개인정보 빼내기 등과는 성향적으로 구분된다.


국내 주요 청소년 사이버범죄 사건

자료:경찰청


장윤정기자 lin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