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토론/지상파 의무재송신] 재송신 범위 가능한 축소하는게 바람직

지난 4년 동안 방송·통신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현재 가장 민감하게 진행 중인 문제는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유휴 주파수 매각, 지상파방송 의무재송신 등이 있다.

최우정 계명대학교 법학과 교수
최우정 계명대학교 법학과 교수

의무재송신의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재산권과 저작권, 직업의 자유, 방송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 문제와 향후 디지털방송 사업 확장 문제와 연계돼 있고 SO 역시 방송의 자유,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 문제와 연관돼 있다. 의무재송신의 문제는 단순히 두 사업자 간의 이해충돌만이 아니라 시민 입장에서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의 확보라는 문제가 중첩적으로 얽혀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를 관장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 철학 부재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방송의 공익성과 방송사업자 간 경쟁, 디지털 전환에 대한 실질적인 인식 부재 때문에 합리적으로 납득할만한 해결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의무재송신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제도의 본래 취지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향후의 방향성, 방송 산업 활성화라는 기본적인 정책의 삼위일체를 지향해야 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시민의 방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의 보장이다.

우리나라 의무재송신은 지역방송 보호에 목적을 두는 미국과 달리 지상파방송 난시청 해결 목적에서 출발했다. 난시청 해결을 위해 초기 중계유선방송(RO)을 통해 KBS, EBS 프로그램을 의무재송신 했다. 이후 의무재송신 범위는 KBS1, EBS에 국한됐는데 이때 방송정책은 기존 난시청 해소라는 목적에서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점으로 초점이 옮겨갔다. 공영방송은 방송의 공적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는 목적에 구속돼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정해졌다.

이런 의무재송신 범위결정은 아날로그 방송 초기단계에서 난시청 해결이라는 점에서는 정당성을 가질지 몰라도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타당한지는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밝히고 있듯이 디지털 전환으로 기존 난시청 문제가 거의 해결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견해에 많은 기술적·실무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볼 때 디지털 전환 후에 난시청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의무재송신제도는 과거의 목적을 상실한 것이 되고 향후 이러한 제도의 확대는 불필요한 것이 된다. 만약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한다고 결정하면 자신의 방송정책과 모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에 의무재송신의 범위는 가능한 축소되어야 한다. 현재 의무재송신 대상을 현행대로 KBS1, EBS에 한정하는 것이 의무재송신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에 부합하는 것이다.

의무재송신과 관련해 고려돼야 할 것은 지상파방송사와 SO 간의 기본권충돌 문제다. 공익성을 위한 방송정책의 경우도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보호에 있어 규제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등과 같은 비례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조화시킬 때 법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가진다. 이런 취지에서 볼 때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경우는 규범적으로 위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현재 논의되는 것처럼 KBS2를 무상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하는 것은 현재 공영방송사 운영이 37%의 방송수신료와 광고, 재송신, 콘텐츠판매수입 63%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정 위기를 초래해 공영방송의 건전한 운영을 방해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방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SO도 유사한 법적문제가 발생한다. SO는 채널 판매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의무재송신 확대는 의무적으로 할당해야 하는 채널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법적 강제로 의무재송신의 채널을 늘리면 그 만큼의 케이블방송사업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 독자적인 편성과 전송이라는 방송의 자유가 침해될 개연성이 존재한다. 실제 우리 헌법재판소는 의무재송신과 관련된 결정에서 현재 KBS1, EBS로 제한되어 있는 의무재송신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SO의 직업행사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볼 때 현행 방송법상 의무재송신 범위를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시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위헌의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다만 지상파사업자와 SO가 계약을 통해 의무재송신에 대한 비용과 방법 등을 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은 사적자치가 보장되어 있어 직접적인 위헌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무재송신의 문제는 이 외에도 저작권, 방송 산업 활성화 문제 등이 제기되나 현행 제도를 벗어나 무상 의무재송신 대상을 KBS2로 확대하거나 민영 지상파방송의 무상 의무재송신 편입 등은 헌법적 가치와 부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후 디지털 시대 방송 상황과도 부합되지 않아 의무재송신제도의 본래 취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최우정 계명대학교 법학과 교수 chwooj@kmu.ac.kr